▶ 세상의 아름다움 그리고 싶어요
▶ 뉴욕라이온스클럽 평화포스터 공모전 금상 영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퀸즈 IS25 중학교 8학년에 재학 중인 이고은(미국명 애슐리) 양. 뉴욕한국라이온스클럽이 주최한 ‘2012~2013년도 평화포스터 경연대회 공모전’에서 영예의 금상을 수상한 이 양에겐 아픈 어린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다.
막 첫돌을 보낸 뒤 어머니의 품에 안겨 여행차 뉴욕을 방문했던 2000년 5월 단란했던 모녀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양 모녀가 머물렀던 집에서 큰 불이 발생했던 것이다. 화재당시 2층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이 양은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가까스로 구출됐지만 이미 화마는 온몸에 큰 상처를 남기고 간 뒤였다.
이때부터 이 양 모녀의 ‘아름다운 세상 그리기’가 시작됐다. 어린 딸의 화상치료를 위해 무작정 뉴욕에 남을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는 매일 같이 이어지는 힘겨운 치료에 지쳐가는 아이의 손에 크레용과 스케치북을 쥐어 주었다. 한국에서 광고디자인 회사를 경영했던 어머니의 끼를 온전히 이어받아 미술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이양은 네 살 때 한국일보가 주최한 ‘어린이 미술대회’에서 최연소로 입상하며 천재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보스턴의 어린이 화상병원을 매일같이 다니며 십여 차례의 수술을 겪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것은 양손에 쥐어 있었던 스케치북과 색연필 때문이었단다. 당시 그녀가 그린 그림들은 화상병동에서 만큼은 최고의 작품으로 통했다고.
“아름다움이란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 눈에 담는 것”이라는 철학을 스스로 깨우친 이양은 자신만의 표현력을 계속 키워왔다. 초등학교 입학후 해마다 각종 미술대회에서 상을 놓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학업성적도 우수해 평균 95점 이상의 성적을 유지해 오고 있다. 또 작년 여름 방학에는 뉴욕일원 예술영재들만 모인다는 ‘어스단 센터’(Usdan Center)에 장학생으로 초청되기도 했다.
현재 맨하탄소재의 명문 예술학교인 ‘라과디아 아트스쿨’과 ‘아트 앤 디자인 스쿨’에 지원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얼굴과 팔, 다리 등에는 아직 아물지 못한 흔적이 남아 있지만 그 상처를 덮고도 남을 환한 미소를 한시도 잃지 않는 밝은 성격 덕분에 학교에서도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아직도 진행 중인 화상 치료를 씩씩하게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도 오히려 매일 새로운 행복을 깨우쳐 간다는 어머니의 존재 덕분이란다.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고 반 고흐의 작품을 사랑하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예술가와 의사의 꿈을 동시에 꾸는, 누구보다 예쁘게 웃는 방법을 아는 이양은 효신장로교회 이미진 전도사의 외동딸이다. <천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