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물의 의미

2012-08-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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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윤실 호루라기

▶ 김기대 목사 <평화의교회>

대중들이 만들어 나가는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의 ‘선물’이라는 항목은 선물을 주고받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선물의 의도가 정확히 전달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치부패 스캔들에서는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입장이 항상 다르다. 대가성의 유무가 선물이냐 뇌물이냐를 가르는 척도가 된다. 연인관계에서도 선물의 전달 의도는 중요하다. 남성이 여성에게 알람시계를 선물했다고 해 보자. 남성의 의도는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자신을 생각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선물을 받은 여성은 내가 상대에게 늦잠꾸러기로 보였다고 오해할 수 있고 오해가 쌓이면 파경을 맞을 수도 있다.

동남아 빈국들은 해마다 서구에서 공수되어 오는 구호품들로 몸살을 앓는다. 되풀이되는 가뭄과 홍수에 시달리는 그들에게 선물은 고마운 것이다. 그런데 여름 밖에 없는 나라에 밍크코트가 오기도 하고 이슬람 국가에 산타클로스 복장이 전달되기도 한다. 구호품을 받은 나라들은 필요 없는 물건을 땔감으로 사용한다. 화학섬유 등이 타면서 나오는 연기가 그들의 건강과 지구환경에 미칠 나쁜 영향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쯤 되면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교만한 선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어쩌면 기부자들은 화학섬유가 타는 연기를 보면서 환경에 대한 그들의 무지와 선물을 태워버리는 그들의 ‘감사할 줄 모르는 마음’을 질타할 지도 모른다.


교회가 사회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교회는 아직도 친절하다. 구호와 선교에 개신교가 앞장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교회는 이제 친절을 넘어 상대방에 처지에 대한 민감함을 배워 나갔으면 좋겠다. 그들의 가난의 원인이 단순히 무지와 나태 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패잔병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자본주의의 모순에도 있다는 사실도 헤아릴 줄 아는 배려가 필요하다. 이 때 주는 자들의 선한 의도가 비로소 제대로 전달될 것이다.

우리가 돌보아야 할 대상들에 대해 민감함으로 다가갈 때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의 의도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지금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다. 삶에서 경험하는 하나님의 선물을 잊은 지는 오래고 한숨과 빚만 늘어가는 현실을 힘겹게 견디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기도해서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결단은 너무 가볍다. 오히려 선물이라는 것을 즐기던 시절, 그것을 누리면서 우리는 정말 하나님의 전달의도를 잘 알고 있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나눔과 베풂의 의도가 담겨 있던 그 선물을 나의 풍요만을 위해 잘못 사용했던 점을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인도의 나환자촌에서 오래 의료선교사로 활동했던 폴 브랜드는 환자 치료 중 자신의 상처 속으로 나병환자의 고름이 들어옴으로써 거의 100% 나병 전염의 위기를 맞는다. 며칠을 고열에 시달리던 그는 열이 조금 내린 어느 날 아침 주사바늘로 자신의 온 몸을 찔러 본다. 그 때 몸 전체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나병에 걸리면 감각도 사라지는데 바늘끝으로부터 전달되는 고통은 나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폴 브랜드는 바늘로 찌르는 아픔이 이렇게 감사한 적은 없었다고 훗날 회상한다. 그에게 있어서 고통은 선물이었다.

이 어려운 시절, 하나님은 고통이라는 선물을 우리에게 주고 계신다. 이 선물을 준비하신 하나님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 여름 우리 모두의 기도의 주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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