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0년 전쟁’- 그 끝은 어디인가

2012-06-25 (월) 12:00:00
크게 작게
‘빅 원’(Big-One)은 과연 올 것인가. 곳곳에서 지진의 소리가 들려온다. 남미에서, 중앙아시아에서, 태평양 건너 일본에서. 그 때마다 엄습하는 것이 대지진의 공포다.

지진은 두 개 이상의 지각판(地殼板)이 서로 밀고 밀리는 지역에서 집중 발생한다. 캘리포니아 주는 지각판과 지각판의 경계, 그 한 가운데 놓여있다. 미국의 서부 해안을 따라 길게 뻗은 산안드레아스 단층이 그것으로, 그 남단에서 특히 지진발생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서다.

세계의 전쟁, 분쟁도 어딘가 지진활동을 방불케 한다. 거대한 세력권이라고 할까, 지각판이라고 할까. 그 둘이 충돌하는 경계선을 따라 주로 발생하는 것이 분쟁이고 전쟁이기 때문이다.


피워는 진공상태를 혐오한다. 때문에 파워의 공백상태가 발생하면 다른 한 쪽에 응축돼 있던 에너지가 몰려와 그 자리를 메운다. 이 파워의 전이는 평화롭게 이루어진 경우란 거의 없다. 물리적 충돌이 반드시 뒤따른다.

동아시아의 정치 지각판이 요동친다.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면서 기존 지각판을 뒤흔든다. 이 경우 한반도는 예외 없이 전란의 소용돌이에 내몰렸다.

임진왜란이 그 한 케이스다. 동북아의 정치지형은 한 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짜여 있었다. 그 지형을 뒤흔든 사태가 발생했다. 일본의 통일이다. 전국시대를 마감한 일본이 동아시아의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한반도는 전란의 상항을 맞았다.

병자호란도 같은 맥락에서 발발했다. 새로운 파워가 부상했다. 만주의 여진족이다. 그 응집된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그 파장은 한반도를 휩쓸었다. 그리고 끝내 중국이란 기존 세력의 중심부를 무너뜨렸다. 청(淸)왕조가 들어선 것이다.

두 세기 후 동북아의 정치 지형에 또 한 차례 대지진이 발생한다. 만주족 지배 중국 중심의 대륙세력이 일본이란 신흥 해양세력에 밀려난 것이다. 그 전환기에도 한반도는 예외 없이 전쟁터가 됐다. 청일(淸日)전쟁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다름 아니다. 올해로 62년이 됐다. 그 6.25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김일성이 획책한 전쟁으로 스탈린과 모택동의 동의와 지원 하에 저지른 민족상잔의 남침이다. 맞는 정의다. 6.25는 그렇지만 또 다른 별개의 측면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 아닐까.

중국, 소련이란 대륙세력의 팽창과 함께 동아시아의 정치지형은 또 다시 급변했다. 그 대륙세력은 급기야 미국이란 새로운 해양세력과 맞닥뜨리게 됐다. 그 경계선이 한반도다. 그 경계지역에서 또 다시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6.25는 아마 훗날 ‘한반도의 100년 전쟁’으로 역사에 기술될지도 모른다. 1894년의 청일전쟁, 10년 후의 노일전쟁, 그리고 한 세대 후의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그 연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미국의 역사학자의 지적이다.

그는 이후 60년대의 월남전쟁도 같은 흐름으로 보았다. 말하자면 중국이란 거대한 지각판이 계속 요동치면서 그 지각판과 경계를 이루는 지역에서 전쟁이 그치지 않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 100년 전쟁은 그러면 이제 끝난 것인가.

“동아시아지역은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대를 맞고 있다. 두 강대 세력의 공존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많은 관측통들의 일치된 시각이다. 한 세력이 강할 때 다른 세력은 그 존재가 미미했었다. 왕조시대, 중국 중심의 시대에 일본은 변방의 미약한 세력이었다. 최근 두 세기동안 일본이 파워로 부상하면서 반대로 중국은 퇴조기를 맞았었다.

그 중국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제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 두 세력이 그러면 과연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많은 관측통들은 불안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파워의 전이는 평화롭게 이루어진 적이 결코 없었기 때문이다.

그 중국이라는 지각판은 이제 근 한 세기 동안 세계를 지탱해온 미국이라는 지각판의 한 모퉁이마저 파고들고 있다. 남중국해, 서태평양 패권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상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위험한 화약고가 될 수 있는 곳이 서해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서해를 사실상 자신의 내해(內海)로 여기며 미항모의 진입에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은 그 예고로 보여서다.

100년 전쟁은 그러면 이제 끝난 것인가. 답은 ‘아닐 것이다’로 기우는 느낌이다.

이 100년 전쟁은 한 가지 변치 않는 밑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패권의식이다. 망해가는 주제에 청 왕조는 조선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않고 출병을 했다. 공산정권 수립과 함께 한국전쟁에 개입해 통일을 방해한 것이 모택동의 중국이다. 그 중국은 아직도 ‘항미원조’(抗美援朝)를 내세우며 6.25가 마치 미국의 침략으로 일어난 전쟁인 양 호도하고 있다.

그 정황에서 한국은 종북의 늪에 빠진 채 집단 전쟁불감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자강(自彊)과 균세(均勢)를 이루지 못해 나라가 망했다.” 100년 전의 교훈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게 아닐까.


<옥세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