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가 1000 포인트 이상 빠졌다. 시위가 없는 날이 없다. 그 아테네, 마드리드에서 전해지는 ‘배드 뉴스’로 세계의 증시가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과연 존속이 가능할까. 동시에 던져지는 심각한 질문이다.
무엇이 이런 사태를 불러왔나. 온갖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대부분이 경제적 측면에서의 분석이다. 그 가운데 후버 연구소의 빅터 데이비스 핸슨은 색다른 제안을 하고 있다. 직접 유럽에 가서 보고, 듣고, 사람들과 이야기 해 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답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현대적 기준으로 볼 때 못 사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볼리비아처럼 육지로 막힌 나라다. 천연가스, 석유 등의 자원도 없다. 산악지대여서 경작지도 부족하다. EU에 가입돼 있지도 않다, 이민에 의한 인구유입도 거의 없다.
잘 살만한 여건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의 하나다.
인구 8,200만의 독일은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1억3,000 여만 인구의 지중해 연안 국가들 전체의 GDP를 능가하고 있다. 독일의 도시들은 1945년에는 모두 잿더미였다. 독일의 기후는 거칠기 짝이 없다. 자원도 빈약한 편이고.
고대는 물론 르네상스 시대까지 독일과 스위스는 그 엄혹한 자연환경 때문에 유럽의 아웃사이더이었다. 부(富)라는 측면에서 지중해 연안 국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 독일이, 스위스가 오늘 날에는 더 부유한 국가가 됐다. 그 원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나.
‘문화가 많은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핸슨의 지적이다. 인종도, 천연자원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에게 탈세는 취미다. 그리스에서 점심식사 후 낮잠을 즐기는 시에스터를 금지하는 행정령을 발동했다가는 폭동이 날 것이다. 그리고 보행자 우선 원칙 따위는 무시되기 일쑤다. 시민들의 하루하루 삶의 모습, 거기에서 그 답이 찾아진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시민 사회로서의 성숙도, 법치주의 등과 한 나라의 부는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와 과학자들은 역사의 추동력을 물질적 요소에서만 찾으려는 경향이다. 물질만이 계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문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데이빗 브룩스의 말이다.
이와 함께 그는 ‘문화는 단지 서로 다를 뿐 우열이 있을 수 없다’는 다문화주의에 이견을 제시한다. 문화는 한 나라의 부는 물론, 건강한 시민사회로의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한 국가사회가 실패하는 주원인은 그 사회가 스스로 살지 않기로 결정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데이빗 골드먼의 지적이다. 한 문명이, 한 국가사회가 무너진다. 그 경우 많은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생태계에서 또는 정치 경제적 인과관계에서 찾는다. 그러나 그 보다는 그 사회 문화의 심저(心底), 다시 말해 그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관에서 찾아야한다는 주장이다.
한 사회의 집단적 가치관을 부지부식 간에 드러내는 것은 출산율이다. 장래에의 소망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죽은 후 ‘대홍수가 닥치든 말든’식의 퇴폐사조에 만연해 있다. 그런 사회가 보이는 증세의 하나가 ‘서행성(徐行性 ) 자살 증후군’이다. 극히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것이다.
동성애에 열중해 있었다. 혹시 결혼을 해도 자녀는 한두 명 이상 낳지를 않았다. 고대 그리스 사회가 보인 말기적 현상이다. 로마는 그리스를 정복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비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AD 2세기 때 100만을 훨씬 웃돌던 로마의 인구는 AD 400년경에는 20만이 채 안 된다. 로마도 그리스와 같은 증세를 보이면서 게르만족에게 점령당한다.
무엇이 유럽, 특히 지중해 연안의 남유럽국가들을 재정적 파탄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인가. 인구감소다. 퍼주기 식 사회복지 정책, 또 그와 정반대의 정부의 긴축재정- 이것이 근인(近因)이라면 보다 근본적 원인은 인구감소에서 찾아진다는 것이 포브스지의 분석이다.
그 단적인 예로 스페인을 보자. 가톨릭 전통국가다. 그 스페인에서 가톨릭적인 가치관은 점차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 결과 가정을 신성시 하던 스페인 특유의 전통도 무너졌다. 이는 통계로도 입증되고 있다. 1975년 현재 한 해 27만에 이르던 결혼 건수가 17만으로 줄었다. 이와 동시에 출산율도 50% 이상 낮아지면서 재앙 적 수준에 머물게 됐다.
인구가 줄면서 스페인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고 상황은 더 비극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계기구(NIE)에 따르면 오는 2021년 스페인의 근로자 1명 당 은퇴자와 학생은 6명꼴이 돼 의존율은 57%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이 아니다. 스페인 경제는 어쩌면 회생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왜. ‘서행성 자살증후군’이 그 답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계속되는 남유럽 발 배드 뉴스. 뭔가 불길한 예감으로 다가온다.
<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