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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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에 행복이 있다

2012-05-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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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재 동 <가톨릭 종신부제>

요즘은 세상은 물질만능주의의 세상이어서 그런지, 너도 나도 크고 좋은 것만 찾아나선다.

언젠가 사업에 성공한 세계적인 기업인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마더 테레사 수녀를 만나보기 위해 칼커타의 수녀원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가 막상 수녀님을 만나 그분의 하는 일을 직접 눈으로 보니, 약간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노벨상까지 받은 마더 테레사가 인류평화를 위하여 거대한(?) 일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찾아갔기 때문이었다. 실망한 그는 떠나던 날, 죽어가는 영아를 가슴에 안고 있는 테레사 수녀에게 말했다. “수녀님! 세계 인구가 70억이 넘는데 버려져 죽어가는 아이 몇 명 돌본다고 세상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세계평화에 공헌하신다는 수녀님이 그런 일만 하고 계시다니 약간을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때 마지막 숨을 할딱거리는 힘없는 영아의 얼굴에 얼굴을 맞대고 있던 테레사 수녀님은 조용히 대답했다. “알고 보면 거대한 대양의 물조차 결국은 작은 물방울 하나 하나가 모여 된 것이 아닙니까?” 이 한 마디가 순간, 평생 걸려 거대한 기업을 이룩한 기업인의 마음을 심령을 감동시켰다. 그후 그는 ‘작은’ 생명 하나를 우주처럼 사랑하며 온 세상에 평화를 심는 데 전 생애를 다 바쳤던 마더 테레사의 선교사업에 가장 큰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테레사 수녀의 힘은 화려한 명성이나 거창한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소박하고 헌신적인 삶을 통해 ‘작은 것’의 소중한 의미를 삶으로 증거한 그분의 신념과 비전이었다. 그분은 진정 사소한 작은 것 안에 풍요로운 삶의 비밀이 담겨 있음을 온 몸으로 보이며 살다 가셨다.

사람들은 으레 ‘큰 것’을 소유해야만 행복할 것으로 착각하면 살 때가 많다. 집만 해도 그렇다. 남 기죽이게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것을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는 세상이다. 물론 큰 집에 살면 편리한 점이 많다. 비좁은 것보다는 널찍한 공간이면 걸리적거리는 것도 없고 자유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분수에 맞을 때의 이야기다. 매달 내는 은행 페이먼트와 물값, 전기세, 정원 관리비 등이 버거우면 아무리 좋은 집도 더 이상 안락한 보금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집도 주인의 손길이 자주 가야 정이 든다. 집안과 정원이 너무 크면 모든 관리를 남에게 의존하게 되니, 계절이 바뀌어도 꽃 한 송이 심어볼 엄두가 안 난다. 마치 남의 집 같다. 정원사에게 돈 주고 심어놓은 꽃밭과 집주인이 직접 너서리에 가서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사다가 심어놓은 꽃밭은 그 느낌부터 다르다.

구석구석 먼지도 털어내고, 가구도 주인의 손때가 배어들어야 집안에 온기가 느껴지고 향기가 감돈다. 그런 이유로 수시로 가꾸며 살 수 있을 정도의 부담 없는 집을 가지고 인조이해야 행복감이 커간다. 이런 마음으로 살 때 부부 사이나 자녀들 마음에도 포근한 행복감과 평화가 깃들게 된다.

삶의 행복은 거창한 외면보다는 오히려 남이 못보는 내면에 있는 것 아닐까. 무리를 해서라도 고가의 차를 타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면 남의 눈에는 그럴 듯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무거운 멍에가 아닐 수 없다. 하여, 인생의 비전은 ‘작은’ 것에서 ‘큰’ 행복을 볼 줄 아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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