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2012-02-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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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데렐라(Linderella) 스토리

최근 미 프로농구계에 탄생한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가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바로 뉴욕 닉스 농구팀의 제레미 린(Jeremy Lin)이라는 대만계 미국인 선수 이야기입니다.

지난 2월5일 뉴저지 네츠전에 그저 주전 부상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처음 등장한 이래 팀의 9전 중 8승을 이끌었고 지난 9게임 개인 성적 257득점 100어시스트로, NBA 전설로 불리는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샤킬 오닐 등도 이루지 못했던 사상 최고의 활약을 보이면서 10일에는 최고 스타인 코비 브라이언트와의 맞대결에서 완승하고 19일에는 지난해 챔피언 달라스 매브릭스마저 ‘린 돌풍’의 희생양으로 전락시켰습니다.

소속 팀 뉴욕 닉스는 물론 NBA 홈페이지마저 ‘Linsanity’ 즉 ‘린이 미쳤다’는 문구와 함께 그의 화보를 표지에 내걸었고, 언론들은 앞다퉈 린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는 등 미 전역이 린 신드롬에 빠졌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한국인이나 한국팀의 경기가 아니면 월드컵 결승전이라 해도 즐기는 정도 이상의 감정변화가 없는 필자조차 그의 경기 중계방송 시간을 적어 놓고 고비 때마다 작열하는 그의 3점 슛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린 열풍의 이유는 단순히 놀라운 그의 기록 때문이 아니라 그가 인종적 편견과 신체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오로지 꿈 하나를 바탕으로 인생 역전 드라마를 써나가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는 고교 시절 32승1패라는 탁월한 기록으로 팀을 주 챔피언전에 진출시켰지만 인종적 편견 때문에 어느 대학으로부터도 스포츠 장학금을 얻지 못했으며 자력으로 하버드에 입학해 농구부를 찾아 들어간 뒤 하버드 역사상 최고 선수로 그 이름을 남겼음에도 졸업 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든 팀으로부터 또 다시 외면당하는 좌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 노란 피부를 가진 아시아인, 우여곡절 끝에 둥지를 튼 두 NBA팀에서 짧은 벤치워머 생활 끝에 방출당해 NBA 하위 리그인 D-리그를 전전해야 했던 그에게 우연히 다가온 기회. 눈물 젖은 빵을 씹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 연마에 성실했던 그에게 그것은 마치 ‘린데렐라의 유리구두’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비상은 현실이 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어느 누가 이런 휴먼 다큐멘터리에 감동을 안 할 수 있겠습니까? 경제가 바닥을 기고 암울한 터널의 끝이 요원한 이때, 어쩌면 우리는 영웅의 탄생을 기다렸는지도 모릅니다. 하물며 드러매틱한 고난 극복의 스토리를 가진 영웅일진대 어찌 환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특히 미국 땅에서 소수민족으로 살면서 린과 유사한 크고 작은 오만과 편견을 경험했던 아시안들은 어쩌면 신장이 작은 그가 장신의 숲을 뚫고 비상하여 내리꽂는 슬램덩크를 보며 가슴 깊은 곳의 응어리를 속시원히 털어내는 카타르시스마저 느끼는 것 같습니다.

바로 엊그제 린의 열혈팬으로서 과연 어떻게 그런 절망스러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몹시 궁금해서 찾아 들어간 린의 페이스북에 그 답이 나와 있었습니다. 신상정보란에 채워 넣은 로마서 5장 3-5절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린데렐라 스토리의 실체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확신, 바로 그것이었던 것입니다.
내일부터는 그가 슛을 쏘아 올릴 때마다 내 마음 속에 간직한 희망을 함께 쏘아 보려고 합니다.

박 준 서 <월드비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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