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 오는 아프리카 (2)

2011-12-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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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교하는 삶

이번 선교팀의 사역은 교실 천장 공사에 집중되었다. 시멘트를 찍어 만든 브릭 담 교실에 앉아 천장을 올려다보면 그것이 곧바로 얼기설기 이어진 지붕이다. 얇은 함석지붕은 한낮의 햇볕을 받아 교실 안을 찜통처럼 달아오르게 하고 빗줄기 때리는 날이면 어찌나 시끄러운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중간을 트러스(truss)로 막아 열기를 식히고 소리를 막아주기로 했다.

아침도 거른 채 시작된 공사는 한낮을 넘기고 이튿날 새벽 1시까지 매일 강행군으로 이어졌다. 치과는 해가 지면 환자의 입속이 보이지 않아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어서 도울 일이 있을까 공사장을 찾아가 보면 방문한 선교팀도, 현지 선교사님도 모두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열심히 못을 박고 합판을 자르느라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학생들은 난생 처음 보는 공사장비들이 신기해서 밤이 깊어도 자기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구경을 했다. 순식간에 못을 박는 에어건 타입의 간단한 연장조차 신기한 모양이다. 학생들 가운데 자원자를 뽑았다. 일도 가르쳐 주고 봉사의 보람도 느끼면 좋을 것이다.


학교 일을 돕는 까뽈레라는 청년은 인근의 가장 천시 당하는 소수부족 출신이지만 마사이족보다 다리가 길어서 웬만한 사다리는 두어 번에 올라간다. 까뽈레도 돕고 학생 자원자도 돕는다. 학생들이 사용할 건물을 학생들 손으로 지어가는 보람이 큰데 가장 손이 빠르고 재주가 비상해서 눈에 띈 학생 하나는 안타깝게도 무슬림이었다.

낮 시간에는 정수기 만드는 시범교육이 이루어졌다. 물이 귀한 이곳 사람들은 물 한 동이를 길으러 한두 시간 거리를 걷는다. 흙탕물과 다름없지만 온 식구가 그것을 마시고 산다. 이번에 가지고 간 선교지용 정수장비는 커다란 원뿔 모양의 플래스틱 용기와 거름망이 기본으로 되어 있는데 나머지 필요한 자갈과 모래 등은 현지에서 구했다.

환경공학 엔지니어인 선교팀원 한 분이 준비해간 장비를 펼치고 열심히 그들을 교육시켰다. 인근 주민들과 군부대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구경하러 왔다. 교육이 끝나고 정수시설을 통과한 물을 마셔본 주민들은 환호했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 응용할 수 있도록 기본 틀을 제작해 선발된 학생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었다.

방문기간에 맞이한 주일날. 국경지대인 모얄레 군부대가 캠프 내 예배에 우리 팀을 초청했다. 군인들과 주민, 학생들까지 모인 예배는 찬양으로 시작되어 그들은 스와힐리어로, 우리는 한국말로 ‘인애하신 구세주여’를 함께 불렀다.

선교팀의 목사님이 “유명한 사람(somebody)이 되려 하지 말고 이름 없는 사람(nobody)이 되어 예수님의 향기를 드러내자”고 설교했을 때 많은 군인들과 학생들이 감동을 받았고 부대장은 차와 과자를 대접하며 우리를 환대해 주었다.

낮에는 고마운 비가 내려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났던 물탱크를 채우고, 밤이면 구름 걷힌 하늘 가득, 쏟아져 내릴 듯 별이 박혔다. 하루 종일 땀 흘려 움직이던 어깨를 잠시 쉬며 우리는 일손을 멈추고 검박한 식사를 마친 뒤 바깥으로 나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귀가 먹먹해질 것 같은 절대 고요. 간혹 하이에나 울음소리만 들리는 캄캄한 사위. 하늘에 총총 박힌 아름다운 별들을 보며 나는 속으로 노랫말을 읊어본다. ‘나를 지으신 주님 내 안에 계셔~ 처음부터 내 삶은 그의 손에 있었죠~ 내 이름 아시죠~ 내 모든 생각도~’.


김범수 /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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