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황을 이기는 힘

2011-10-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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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 일상, 깨달음

요즘 미국의 경제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의 실체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아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타임지는 여론조사를 통해 경제난의 정도를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도표로 알려 주었습니다.

7%의 미국인들이 모기지를 갚지 못해 주택을 잃었습니다. 이는 인구 3억 중 대략 2,100만명이 집을 잃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13%가 굶주림을 겪으며, 27%가 건강보험을 포기하고, 29%가 친지에게서 돈을 빌리고, 34%가 직장을 잃고 구제금을 받으며, 40%가 학자금이나 은퇴연금 불입을 중단하며, 70%가 휴가나 가족 오락비를 포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미국인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15%가 집에서 이발을 하고, 21%가 스스로 자동차를 손보고, 23%가 직접 잔디를 깎고, 28%가 손수 집 청소를 하고, 29%가 자신들의 손으로 집수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또한 미국의 노동시장이 얼마나 얼어붙어 있는가를 말해 줍니다.


최근 뉴욕 월가에 성난 젊은이들이 모여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금융기관의 지나친 이윤 추구와 재계 큰손들의 호화판 삶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아울러 부익부, 빈익빈으로 치닫는 경제적 불균형의 시정과 일자리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의 데모는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공감을 얻어 많은 이들을 동참대열에 끌어들이는가 하면, 미 전국을 넘어 세계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대체할 만한 경제체제가 없는 상태에서 자본주의의 몰락을 볼 것 같아 마음이 서늘해지곤 합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이미 인류에게 숨 쉬는 공기와 같다고 말한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은행이 없는 사회나, 크레딧 카드나 수표가 통용되지 않는 신용사회를 우리는 생각할 수조차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공산주의 경제체제의 몰락을 목격하였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마저 불평등 분배의 임계선을 넘게 된다면, 그래서 무너진다면, 인류는 그 혼란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그 결과로 무자비한 공산주의가 다시 부활하지나 않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래 자본주의는 섬세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가질 때 발전할 수 있는 경제체제라고 학자들은 보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자본시장의 거품이 번지면서 사람들의 허영심에 불을 지르고 부를 추구하는 금융가 큰손들의 횡포가 도를 넘어섰습니다.

큰손들이 저지른 부도를 메우기 위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막대한 정부자금이 투입되었는데도 금융기관들은 바닥수준의 윤리의식으로 무분별한 이윤추구와 자기들만의 호화판 삶을 계속합니다. 젊은이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구름 잡는 경제원리를 말씀 드리는 게 아닙니다. 월가까지 갈 게 뭐 있겠습니까? 우리 한인 사회는 어떻습니까? 타인의 고통을 나의 돈벌이 기회로 여기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이들은 샤일록의 종국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자본주의가 이윤 추구를 보장한다 해도 한도가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무자비하게 벗겨내는 일이나 경영주로서 종업원들에게 너무 야박한 임금을 주는 일, 아직 견딜 만한데도 종업원을 내보내는 일, 그다지 손해가 안 가는데도 가격을 자꾸 올리는 일, 그러면서 자기만 부를 쌓는 일들이 계속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섬세한 도덕성을 가지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이 불황의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송순태
카라미션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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