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이 주머닛돈’인 외교관들
2011-09-16 (금) 12:00:00
한국 외교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상식을 넘어섰다. 주재국에서의 외교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책정된 활동비를 개인 쌈짓돈처럼 유용한 사례가 허다하다. 예산의 성격상 외부로 드러나기 어려운 지출 현황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것은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 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외교 활동비는 네트웍 구축비다. 보안유지가 필요한 외교활동비로 특별히 배정된 예산이다. 주재국의 주요 인사들과 교류하며 친 한국적 정책 및 여론형성의 토양을 마련해야 할 예산인데 그 돈을 한국서 온 손님 접대비나 개인 용돈으로 쓴 사례가 부지기수다. 올해의 관련 예산은 총 113억원. 적지 않은 돈이 엉뚱한 데로 술술 빠져나가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한국 국회 외교위에서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예산유용이 특히 심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공관들이다. LA의 모 전 총영사는 영화보고 여행 다니는 개인적 여가 활동비로 유용했고, 전 호놀룰루 총영사는 골프장 회비로, 샌프란시스코의 한 총영사는 경조비와 출장 간 취재진 접대비로 썼다. 중국 심양의 총영사는 감사차 파견된 감사원과 청와대 관계자들 접대비로 이 예산을 썼다니 그러고도 감사가 제대로 되는 건지 의심스럽다.
예산이 어이없게 낭비되는 것은 첫째 외교관 개인의 자질 둘째 감사기능 마비가 원인이다. 외교관으로서의 소명의식과 기본적 양심이 있다면 국민의 혈세를 그렇게 함부로 쓸 수는 없는 일이다. 일부 몰지각한 외교관들이 예산을 유용하는 데는 감사 없는 시스템이 큰 몫을 한다. 공관장들은 대개 관련 예산을 현금으로 지급받고, 그 집행내역은 대외비로 분류되니 엄정한 감사란 기대하기 어렵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외교통상부가 뒤늦게나마 네트웍 구축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처벌규정이 분명치 않다면 말뿐인 감시가 되고 만다. 위반사례가 발생한 공관에 대해 예산배정을 중단하든지, 변상을 하게 하는 등 처벌이 분명해야 한다. 나랏돈을 주머닛돈처럼 쓰는 외교관들에게 외교를 맡겨야 한다면 세금 내는 국민들이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