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량

2011-08-22 (월)
크게 작게

▶ <신, 일상, 깨달음>

‘인구와 식량’을 말하면 캐캐 묵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요즘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한 때 세계는 식량문제가 해결된 것 같이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선진국들은 화석연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농산물(특히 옥수수)을 증류하여 소위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데 치중하여 왔는데 지금 난관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곡식을 연로생산에 쏟아 부어 세계 식량이 바닥이 나고, 곡가가 천정 높은 줄 모르고 뛰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요즘 와서야 그 바이오 연료라는 것이 화석연료 못지않게 개스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밝혀져 지구의 온난화를 막는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선진국 지도자들과 일부 과학자들의 성급한 행동이 식량문제만 난관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농경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지구상에 바다를 제외한 땅의 넓이가 130억헥타르 남짓한데 그 중에 고산지대와 얼음지역을 제외한 농경 가능 지역이 49억헥타르로 전체 땅의 30% 정도입니다. 게다가 지금 농사를 짓고 있는 땅은 14억헥타르로서 지구 표면 땅의 10%를 조금 넘습니다. 나머지 경작 가능지역 20%는 목초지로 남아 있는데, 이를 농경지로 개발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채산이 안 맞는 데다가, 개간할 경우 녹지대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기존 경작지마저 사막화될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인류가 농사를 지을 땅은 지구 표면의 고작 10% 정도인 셈입니다.

한편으로는 지구 인구가 가공할 정도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1800년의 세계인구 10억이 20억으로 불어나는 데 123년이 걸린데 비해, 다시 30억으로 불어나는 데는 불과 33년이 걸렸고 2000년대에 인구가 60억으로 불어나는 데는 40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구는 그야말로 기하급수로 늘어나 2050년에는 90억에서 100억이 되리라고 합니다.

엎친데 겹치는 격으로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육식 편중이 그것입니다.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인 30억의 중국인들이 살기가 나아지면서 무서운 기세로 육식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나라들의 공통현상이기도 합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 육식 편중이 식량사정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축산업은 과거와 많이 다릅니다. 옛날에는 소를 방목해 풀을 먹여 기르는 방식이었지만 육류소비가 급증하자 축사에서 대량으로 기르는 방식으로 전환되었고, 사료는 풀이 아닌 곡식사료로 대체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쇠고기를 먹기 위하여 인류가 매우 어리석은 방법을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Kg의 쇠고기를 얻기 위하여 6Kg의 보리를 소에게 먹여야 합니다. 다시 말해 100Kg의 질 좋은 곡식 단백질을 소비하여 쇠고기에서 4.5Kg의 저급한 동물성 단백질로 바꾸어 먹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쇠고기로 한 끼 식사를 한다면 곡식으로 20명이 먹을 수 있는 식사를 혼자 먹어치우는 셈입니다. 이런 비율은 돼지고기나 닭고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불합리를 중국인 30억에게 적용할 때 육식으로 인한 식량 낭비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지가 이 이야기를 드리는 것은 이런 현실이 우리 미주 한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리라 보기 때문입니다. 불고기와 삽겹살을 먹어야 식사를 잘 했다고 생각하는 통념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시대는 우리에게 삶의 현명한 처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송 순 태(카라미션 운영위원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