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우리의 선택

2011-07-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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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상상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폭우와 폭설의 피해가 급증하는가 하면 지진과 쓰나미, 토네이도와 홍수, 극지의 해빙, 평원의 지반 붕괴 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상이변은 규모와 빈도에 있어서 상식을 뛰어넘고 있으며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야 하는 유일한 거처인 지구가 사활의 임계선을 넘나드는 중병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과학자들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예견해 온 것으로서 급기야 지금 우리 코앞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비명성 경고는 1997년에 세계 지도자회의에서 온실개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교토의정서가, 2007년 유엔의 기후변화위원회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성 보고서가 발표되게 했습니다.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도 온실개스 배출 저지가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경고는 중국과 인도 경제개발에 따른 세계 온실개스의 증가로 무색해졌습니다. 그들은 심각해진 공해문제는 그동안 호황을 누린 미국과 일본, 유럽제국이 책임져야지, 왜 우리가 떠안아야 하느냐고 반박하며 온실개스 억제를 위한 막대한 비용부담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결국 환경개선은 배고픔을 해결한 뒤에나 생각할 문제로 밀려난 셈입니다.
그런데 최근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가 ‘우리의 선택’(Our Choice)이라는 책을 펴내어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책을 주목하는 이유는 환경개선과 경제개발이 서로 상충되는 과제가 아니라, 진정한 환경개선만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그의 주장 때문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이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기술과 방법을 소개합니다. 관념적인 이론이 아니라 실제적인 방법과 통계수치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가 지금 선택하고 행동한다면 환경개선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환경문제에 소극적인 국가들에게 딜레마의 열쇠를 제시하고 더 이상 핑계댈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앨 고어의 주장은 세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세계인들 하나하나를 설득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과학자들의 경고와 지도자들의 문제해결 노력이 절실하다고 하더라도 결국 기상이변의 최종적인 실천 당사자는 오늘을 살고 있는 세계 68억 인구의 개개인이고, 또한 기상이변의 피해도 그 개개인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재난과 지역 주민들이 겪는 비참한 현실은 아무도 이 비극에서 비켜갈 수가 없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오늘 지구 표면에서 사는 우리 개개인들이 삶의 현장에서 얼마나 온실개스 축소 노력을 하느냐에 우리 운명이 달려 있습니다.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에서는 예배 후 교우들의 점심시간이 지나고 보면 적지 않은 먹다 남은 음식물들과 일회용 접시들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줄이기 위해 먼저 다회용 트레이를 쓰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식사량에 맞춰 음식을 가져감으로써 가능한 한 음식을 남기지 말자고 교인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음식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이나, 나중에 설거지하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예이지만, 우리 개개인이 온실개스를 만들어내는 일을 줄이고 지구인으로서 책임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할 때, 하나님께서는 지구 기상변화의 가공할 위험에서 우리를 건져주실 것입니다. 이런 실천적인 삶이 곧 우리시대 그리스도인의 신앙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송 순 태
(카라미션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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