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인들의 고민에 귀 기울여야

2011-06-17 (금) 12:00:00
크게 작게
지난 주 남가주에서는 70대 중반의 한인 노인이 60대 후반의 부인을 망치로 폭행하고 자살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인사회에서 노인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황혼 이혼, 황혼 폭력 등 노년층 가정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인사회는 그동안 너무 2세 교육에만 모든 관심을 기울여온 측면이 있다. 우리 부모세대의 고민과 아픔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겠다.

이번 사건은 2~3년 전 70대 할아버지가 60대 할머니를 총격살해하고 자살한 사건 이후 한인노인 관련 사건으로는 가장 폭력적이다. 이들 노부부는 불화가 심해 별거 중이었고, 이런 현실에 대해 분을 참지 못한 할아버지가 새벽기도에 참석하려던 할머니를 찾아가 망치로 머리를 가격했다. 할머니는 두개골이 파열돼 응급실로 실려가 수술을 받아야 했고, 가해자인 할아버지는 그 길로 분신자살을 했다. 참담하기 그지없는 사건이다.

이민사회는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이다. 이민 1세들이 낯선 사회에서 뿌리 내리고 정착하는 과정은 그 하나하나가 스트레스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 속에서 자녀 교육에 정성을 쏟다 보면 대개 더 이상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그 와중에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우리의 노부모들이다.


이민 1세대의 삶이 한마디로 ‘스트레스’라면 성인자녀를 따라 미국에 온 노년층의 삶은 ‘소외’이다. 직접 이민의 삶에 부딪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고, 자녀들은 너무 바빠서 얼굴 보기도 어려운 환경에서 이민사회 노인들은 소외감과 외로움을 숙명처럼 안고 산다. 노년층 가정문제는 그 뿌리가 외로움과 그로 인한 우울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자녀들 독립 후 부부끼리 사는 기간이 족히 20~30년이다. 그 긴 노년의 삶의 질에 부부사이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황혼폭력, 황혼이혼 예방을 위해서는 노인들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것이 기본이다. 커뮤니티가 노년층 정신건강에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노인들도 가정에 문제가 있을 경우 쉬쉬 해서는 안된다.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털어놓고,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더 큰 불행을 막는 길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