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편지 쓰는 날

2011-01-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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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준 업 (자유기고가)
오는 1월 23일은 전 미국이 편지 쓰는 날(National Handwrite Day)이다. 올 해로 46주년을 맞이하는 이 행사는 WIMA(Writing Instrument Manufacturers Association)가 제정하여 ‘현대인들이 빠르고 편한 것에 익숙해지면서 정작 인간적인 숨결이 배어 나오는 손 글씨가 주는 감성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소홀히하고 잊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뜻있는 행사에 대하여 그들만의 상업적인 마케팅 수단이라고 일부 미국인들은 비판도 있지만 그것은 편협한 생각이라고 본다. WIMA는 손으로 쓴 편지에는 친밀감이 더하고 쓰는 사람의 개성이 드러난다고 강조한다.

이 전국문구생산협회는(www.wima.org) 역사를 통틀어 직접 손으로 쓴 문서들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불을 붙이고, 전쟁을 이끌며 평화를 확립하고, 노예를 해방시키고, 사회운동을 발전시키며 독립을 선언하게 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한 주한 미군에게 감사편지쓰기 행사에는 미 육군 사관학교 학부모와 LA에서 활동중인 재미한인 봉사자회(PAVA)가 공동으로 실시해 약 6,000여 통의 편지와 카드가 접수되었다고 한다. LA 한국 총영사관 소속 영사 부인들이 이 행사의 자원봉사자로 나서서 수신된 모든 편지를 정리하여 12월 2일 주한 미군사령부로 발송되었고 주한 미군내 코리안 아메리칸 굿 네이버후드 단체를 통하여 금년 1월7일부터 병사들의 손에 전달된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의 군사우편(APO)은 국내와 같은 요금으로 전 세계 어느 곳이건 미군이 있는 곳이면 단시일 내에 정확히 배달되고 있다.

나폴레옹이 전쟁 속에서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탐독했다는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절친한 친구의 약혼녀 롯데와 베르테르의 수없이 오고간 이룰 수 없는 사랑의 편지로 되어 있다. 그 사연이 어떠했기에 전쟁 영웅이 진지 속에서도 읽었을까! 우리가 살다보면 어느 날 까마득히 잊고 있던 친지로 부터 정겨운 사연이 담긴 손으로 써내려간 편지를 읽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100세가 다 된 일본 할머니가 쓴 시집 하나가 지금 100만부를 돌파하고 일본 열도는 이 시가 주는 감동으로 휩싸여 있다.가족, 사랑, 친구, 희망 등 우리가 잊고 살기 쉬운 평범한 가치의 소중함에 대해 혼자 살아온
할머니가 그 마음을 담백한 언어로 이 세상에 내놓아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옛날 어니언스가 불렀던 “하얀 종이위에 곱게 써내려간 너의 진실 알아내곤 난 그만 울어 버렸네” 라는 가사가 담긴 ‘편지’ 노래가 떠오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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