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맨하탄에 국영식당

2011-01-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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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춘 기 (골동복원가)
뉴욕은 세계의 수도라는 정서적 유명세 때문에 지구적 관심을 끌고있는 환상의 도시이다. 특히 맨하탄은 전세계의 언론사들의 눈독을 들이는 늑대들의 서식지 정글지대이다. 그 한복판에 대한민국 국영식당이 들어설 모양이다.
우리 함께 생각해 보자! 예산심의에서 삭제된 금액을 날치기 예산통과과정에 슬쩍 끼어 통과시킨 50억원이 그 종자돈이라고 한다. 첫걸음부터 삐걱거린다. 문제는 ‘국영식당’이라는 발상이다. 미국은! 뉴욕은! 특히 맨하탄은 세계시장경제의 모태요, 탯줄이다. 생리적으로 권력이나 간섭을 싫어하는 ‘프리마켓’ 같은 자유시장사회이다.

80년대로 기억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청과상이 자고 일어나면 여기저기 생길 정도로 대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 이상한 소문이 떠돌아 청과상들이 크게 당황하고 손해를 본 일이 있었다. 나라이름도 생소한 동양에서 온 한국인이 저렇게 청과상을 차리는 이면에는 통일교회(교주 문선명)에서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억울한 ‘유언비어’이다. 그런데도 변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 누명을 뒤집어써야만 했다. 당시 문선명은 탈세혐의로 수감중이고 국회에서는 통일교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자
금은 국가예산에서 지출하더라도 표면상의 얼굴마담은 개인이나 기업을 내세우겠지만 이미 소문이 파다한 마당에 늑대들의 군침 돋구는 먹이감으로 찍혔다는 것은 초보적 상식이다. 초호화판 그랜드오픈 리셉션을 마치고 다음날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의 촌평에 신경을 곤두세우겠지. 왜? 뉴욕에 진출하고자 하는 세계의 문화예술의 달인들이 이 촌평에 목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한식의 세계화정책의 일환으로 맨하탄에 개업한 이 식당은 사실상 사회주의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한국 국영식당이다...” 이 정도의 가십성 기사를 미리 예측해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서 오는 파장은 80년대 한인청과상이 겪었던 곤욕과 흡사한 피해를 뉴욕일원의 한국식당이 뒤집어쓸 확률은 매우 높다.

기독교의 세계화를 위한 공격적 선교를 자처하고 나선 한국기독교가 중동에서 피를 보고 도망쳐온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종교문화 이상으로 음식문화에도 각민족(국가·지역)특유의 진하고 끈적한 정서가 묻어 있다.
그 정서를 무시하고 내 맛이 최고라고 들이밀 때 거기에서 파생되는 것은 긍정보다는 부정이요, 호감보다는 반발이요, 증오다. 뉴욕의 골동품업계에서는 서부개척시대의 미국정서를 물씬 풍기는 옛 가옥 특히 텍사스나 애리
조나에서 카우보이들이 쌍권총 차고 드나들던 술집 내부를 몽땅 뜯어 한 패키지로 일본에 팔아 큰 재미를 보는 골동상들이 있다. 바로 텍사스 카우보이라는 정서! 서부영화 ‘OK 목장의 결투’나 ‘셴’을 피부로 느끼면서 미국산 위스키 ‘럼’이나 ‘두워스’ 아니면 미국산 맥주 ‘버드와이저’를 즐기는 일본젊은이들! 그것도 동경 한복판에서! 이것이 바로 세계화의 원조 미국적 세계화의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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