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간이 없습니다

2011-01-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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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느낌이 아직 가시지 않은 1월. 일년 365일 이 마음으로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지난 한해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마음까지도 움츠러들었던 시간이었다. 일부 사람이 아니라 미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함께 겪으며 헤쳐나온 시간이었기 때문에 조금 위로가 되지만, 때로는 마음의 여유까지 빼앗겨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상황들 때문에 긴장이 있었던 것이 2010년이었다.

그렇지만 뒤돌아보니, 오히려 그 어려운 상황들이 본질에 관심을 갖게 했고,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했던 것을 회개하며 보이지 않는 영적인 것을 향하도록 해 주었기에 감사할 수 있는 시기였다. 하나를 잃었다고 주저앉아 울 게 아니라 그 상실 속에서 또 하나의 깊은 영적 수확을 거둘 수 있다면 수지맞은 인생 아닐까?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지만, 요즘 들어 세상처럼 공평한 곳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돈이 많아서 행복한 이들보다, 돈이 없으므로 더 깊은 행복을 누리는 이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공부를 해서 출세한 사람도 많이 있지만, 더러는 공부를 못한 안타까움 때문에 평생 배우려는 태도로 겸손한 인생을 사는 멋진 이들도 적지 않다.


성공의 자리에서 영광과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이들을 부러워하는 세상이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곳을 찾아다니며 마음 다해 사랑을 베푸는 천사 같은 사람들이 나는 훨씬 더 존경스럽다. 결국 ‘심는 대로 거둔다’는 성경 속의 법칙이 인생에서 정직하게 확인되기 때문에 예수님을 안 믿는 사람들도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리라.

그 사실을 안다면 비록 지금은 인정받지 못해 힘들어도 결국 내가 뿌린 씨앗을 내가 거두는 정직한 ‘인생 농사’를 매일매일 성실하게 경영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릴 때는 언제 스무 살이 되어보나 까마득했었는데 벌써 자녀가 스물이 넘고 보니 인생이 쏜 화살같이 날아가는 느낌이다. 소중한 일에 내 에너지와 사랑을 쏟을 기회가 올 때마다 머뭇거리고 계산할 시간이 없음을 느낀다. 본질이 아닌 것에 마음을 빼앗겨 울고불고 할 시간이 없는데, 이 짧은 인생을 결산할 날이 언제 도둑처럼 닥칠지 알 수 없는데, 우리는 왜 쓸데없는 일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

신묘막측한 희망의 2011년, 그 문턱을 넘으면서 좀 더 다부진 결단을 하고 싶다. 힘을 다해 진실과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싶다. 사람 눈치 보며 피곤하게 살지 말고, 마음의 깊은 생각까지도 단 번에 꿰뚫어 보시는 ‘피할 수 없는 불꽃같은 하나님의 눈’을 의식하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한해를 살고 싶다.‘사랑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불평하며 원망하며 핑계하지 않게 하소서!’

오늘도 내 마음을 다스려 주실 주님께 속히 지나가는 분초의 시간을 내맡긴다. 아직 추운바람이 내 곁을 맴돌지만, 어느덧 내 마음엔 화사한 복사꽃이 봉오리를 터트린다.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정 한 나
(남가주광염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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