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포기하지 마세요

2011-01-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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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병 임(논설위원)

지난 3일 한 홈레스가 유튜브에 오르면서 일약 스타가 되어 화제를 낳더니 급기야 본인의 이메일에도 그가 20년 만에 뉴욕에 와서 노모를 만나고 NBC-TV ‘투데이‘ 쇼에 출연한 동영상이 날아왔다.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시 인근 고속도로 출구 앞에서 까치집 머리에 꾀죄죄한 몰골로 양손에 ‘나는 전 라디오 아나운서로 신이 주신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떤 도움이라도 고맙게 받겠다. 당신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동냥을 하는 테드 윌리엄스(53).

이어 도와주는 이에게 그가 들려주는 방송멘트, 아, 그 매혹적인 중저음의 목소리가 유튜브 시청자들을 뒤로 넘어가게 했다.그는 마약, 폭행, 절도 전과로 인해 홈레스 생활 10년만에 그 ‘신이 내린 목소리’ 덕분에 전미미식축구연맹의 전담영상 제작사에서 녹음을 했고 프로농구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경기
장 아나운서 자리를 제안해 2년간 정식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브루클린 출신인 그는 뉴욕에 와서 20년만에 노모를 만났다.MSNBC 웹사이트를 보면 윌리엄스는 6일 뉴욕의 한 호텔에서 기다리던 90세 노모를 보자 “하이, 맘, 하이, 맘“을 되풀이 하며 다가가 울고 있는 노모를 품에 껴안았다. 86년 타임스퀘어로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가서 드랍 볼 행사를 구경하기도 했던 평범한 가장이 어느 날 나락에 떨어지면서 아내와 이혼하고 9명의 자녀도 버려둔 채 교도소를 들락거려야 했다.


“2년 전부터 술과 마약을 끊고 재기를 준비해왔다. 1년 전부터는 교회에 나가면서 하나님을 믿고 있다. 아직 목소리가 남아있어 감사하다.”고 윌리엄스는 말했다. 그는 앞으로 알콜과 마약 중독 재활 치료를 계속해야 할 것이고 그동안 버려두었던 자녀들과 마찰도 있겠지만 이번에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불과 며칠전 흐트러진 머리에 볼품없이 초라한 차림의 홈레스에서 짧은 머리에 깔끔하고 단정
한 차림의 어엿한 전문직 아나운서로 환골탈태한 그는 “정식 계약으로 제공받은 집에 살며 9남매에게 못다한 자식 사랑을 주겠다”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자신의 타고난 목소리로 새 삶을 살게 된 그는 또 ‘마치 수잔 보일이 된 기분이다’고 말했다.

수잔 보일이 누구인가? 2009년 브리튼스 갓 탤런트 경연대회 무대에 나와서 청아한 목소리로 부른 노래 한 곡으로 전 세계를 놀래킨 가수가 아닌가. 뚱뚱하고 못생긴데다 나이까지 많은 그녀에게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오디션 동영상 조회수가 온라인 신기록을 세웠다. 그후 친구라고는 고양이 한 마리뿐이던 그녀가 지금은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고 2011년 그래미 상 최우수 팝 보컬앨범부문 수상후보로 올라 있다.

불경기가 계속 되면서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이 출세를 하거나 소외된 자들이 부와 명예를 얻는 것에서 대리만족을 하고 자신도 희망을 갖는다. 그리고 미국은 홈레스 출신이란 점이 오히려 화제가 되고 스타성이 있어 아마도 테드 윌리엄스는 그 직업을 장기간 보존할 것이다. 꾸며진 가짜가 아니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실화에 목 메인 요즘 시청자들에게 그는 동냥하는 이들을 위한 한마디도 잊지 않는다. “이 돈을 주면 또 마약을 하러 가겠지 하지 말고 그냥 주라”고.동정심 그대로 그냥 도와주라는 그의 말에는 사람이면 누구나, 설사 쓰레기더미나 시궁창 속에 들어가 있더라도 숨이 붙어있는 한 언젠가는 그곳에서 벗어날 마음이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그것이 재능이든 재주든 하나쯤은 지니고 있다. 즉 노래를 못해도 손재주는, 행동은 아둔해도 말솜씨는, 머리는 나빠도 착한 마음만은......그러므로 아무리 절망의 끝에 있다 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그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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