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세상이다

2011-01-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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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영(경제팀 차장대우)

페이스북(facebook)에 가입한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부지런히 드나드는 편은 아니었다. 한동안은 예전의 싸이월드처럼 개점휴업 상태로 남겨두었다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다가 조금씩 사이트를 체크하는 횟수가 늘어난 것은 순전히 직업적인 이유에서다. 특히 문화담당 기자였던 시기에 주변의 예술인들이 속속 페이스북을 통해 전시, 공연 등의 활동을 알리기 시작했고 ‘친구요청’도 늘어났다.한 두명씩 친구를 만들다보니 한국과 뉴욕의 지인을 포함해 현재 44명이다. 수백명씩 친구를 거느린 사람에 비하면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다. 그런데 ‘당신이 알 만한 사람(People you may know)’이라는 부분을 클릭했을 때 그 숫자는 놀라울 정도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내가 A라는 사람과 친구를 맺었다면 ‘A가 알거나 A를 아는 사람’의 사진이 신상명세와 함께 주
루룩 엮여 나온다. 그 중에는 타인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나와 연관된 사람이 또 적지 않다.

불과 44명의 친구로 (느슨한 수준에서의) ‘나의 인맥’이 갑자기 수백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친구수가 수백명이 되면 그 숫자는 과연 얼마나 팽창할 것인가? 서울에서 제주도 가는 비행기를 타면 옆자리 승객과 내가 공통으로 아는 사람이 있을 확률이 50%를 넘는다는 우스개가 있었지만 실제로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든 생각이 “만약 내 직업이 세일즈맨이라면 과연 소셜네트워크(SNS)를 이용하지 않고 영업을 할 수 있는 시대일까?”라는 것이었다. 아는 사람한테만 접근하는 것이 가장 낮은 수준의 영업이라지만 모든 비즈니스는 결국은 인맥이다. 특히 SNS상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연령, 성별, 취향, 직업 등 아주 구체적인 것들이다.


광고주들이 가장 비싼 돈을 지불하는 TV 프로그램은 20세에서 49세까지의 대상자가 시청하는 프로그램이다. 구매력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풋볼 경기에는 맥주, 피자 광고가 주로 나오고 아침 토크쇼에는 생활용품 광고가 주를 이룬다. 상품을 소구하는 대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구상 인구의 10분의 1(그리고 미국인구의 60%)을 회원으로 가진 페이스북의 가치는 여기서 나온다. 기업이건 개인이건 엄청난 분량의 잠재적 소비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보고이기 때문
이다.

지난주 골드만삭스가 5억 달러를 투자하며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를 500억달러로 평가한 이유가 그것이다. (물론 똑같은 이유로 페이스북 상에서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계속 불거지기도 한다) 기자가 느끼기에 여전히 한인 비즈니스 주체들은 SNS 활용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잘 모르고 있다. 자신의 업종과 상관이 없는 매체라고 여기는 경향도 많다. 하지만 고객 창출과 유지에 이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있는 지 고려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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