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욕망이냐, 진리냐?

2011-01-12 (수)
크게 작게
여 주 영(주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사회에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계급이 높은 자와 낮은 자 두 가지 계층이 있다. 이런 구조속에서 사회가 바르고 건전하게 굴러가려면 앞선 사람이 반드시 모범을 보여야 하고 뒤쳐진 사람은 앞선 사람의 좋은 말과 행실을 본받아 따라가야 한다. 많이 가진 사람은 없는 자에게 베풀어야 하고 적게 가진 사람은 부자들의 선행을 거울삼아 쉬지않고 노력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잘난 사람은 못난 사람을 옳게 가르치고 못난 사람은 잘하는 사람에게서 이들의 올바른 삶의 방식을 배워야 한다.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생활이 평등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강한 사람은 약자를 보호하고 약한 사람은 강자에게 의지하면서 잘 굴러가는 사회가 건강하고 밝은 사회이다. 그렇지 않은 사회는 어둡고 희망이 없는 사회이다.

이것이 바로 있는 자와 강한 자가 지녀야 할 도덕적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그렇다면 성직자의 경우는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도덕적 기준보다 더 높은 경지에서 성화된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성직자들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만큼 스승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안 되면 비슷한 흉내라도 내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성직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권이나 자리다툼 등에 연연한다면 성직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소망교회에서 원로목사와 현 목사와의 갈등에서 부목사들이 담당목사를 폭행하면서 드러난 이 사건은 정말 너무 기가 막힌 사건이다.
언젠가 불교계에서 승려들이 이권인지, 자리다툼 문제인지 각목을 휘두르며 난투극을 벌인 것과 따져 보면 거의 같은 것이다. 직분은 목회자와 승려지만 자신이 맡은 본질보다는 엉뚱한 곳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빚어진 사건이다.
소망교회 사건은 미국이나 여기나 지금 우리 사회의 수많은 교회에서 앓고 있는 내홍의 한 단면이다. 성직자들이 형이상학적인 차원에서 신적인 면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형이하학적인 인간적 면을 더 갈구하면서 야기되는 개신교의 불행한 현주소다.


우리말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이 있다. 이는 다시 말해서 오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는 말이다. 아랫사람을 계도할 스승이 맑아야 밑의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 배운다는 것을 말함이다. 예화 중에 혀가 짧은 스승이 서당에서 제자들에게 공부를 가르칠 때 ‘바람 풍(風)’ 했더니 ‘다단 풍’으로 발음이 나오니까 제자들도 모두 따라 그대로 ‘다단 풍’ 하더라는 것이다. 가진 자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예문이다.

한국교계의 성직자들이 다 부패하고 타락한 것은 아니다. 두고두고 기억될 만큼 맑고 청아한 성직자들이 있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 그리고 희생적인 삶을 살다 간 이태석 신부 등이 그들이다. 김 추기경은 평생 예수의 생애를 본받으며 검소한 생활, 나눔의 생활을 하면서 사회의 등불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거짓이나 불의에 일체 타협하지 않고 사회의 어두움을 밝히는 횃불이자, 정신적 지도자로 모범을 보이며 한국사회에 큰 족적을 남겼다.
법정스님은 평생 무소유의 삶을 살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간 한국불교계의 거목이었다. 법정은 생전에 물레와 밥그릇 정도만을 가지고 무소유의 정신으로 의식주를 자급자족하며 조화로운 삶, 지혜로운 삶이 무엇인지 세인들에게 가르쳐주고 떠난 모범적인 성직자였다.

아프리카 수단의 수바이처라 불리는 고 이태석 신부는 생전에 헌신적인 사랑과 나눔의 삶을 살다 간 인물이다. 그는 의사를 포기하고 신부가 되어 내전의 땅 아프리카로 가서 그곳의 병들고 가난해서 먹지 못하고 교육도 못받는 청소년들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았다. 그의 아름다운 삶과 죽음의 발자취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만 톤즈’는 보는 이들의 가슴에 진한 감동으로 각인되고 있다. 성직자들이 이 사회에 큰 스승으로서 본이 되게 살 것인가, 추하게 살 것인가? 욕망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욕망이냐, 진리냐 자신의 도덕적 선택에 달려있다. juyoung@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