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분, 한국사람 그리고 한국놈

2011-01-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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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 열 (조선족)
조선족들은 한국인들을 대체로 한국분, 한국사람 그리고 한국놈 이렇게 세 가지로 부른다. 우리가 중국에서 제일로 잘 사는 민족이고 이만큼 자본주의에 눈을 빨리 뜬것, 그리고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 까지 와서도 타인종들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것 등등이 한국의 덕이고 한국인의 덕이라고 한국인들에게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한국인을 ‘한국분’이라고 높여 부른다.

그다음은 처음에는 좀 고마웠지만 지금은 때로 괘씸하기도 한 그들 별 것 아냐, 너는 너고 나는 나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저 타민족 부르듯이 ‘한국사람’ 이렇게 부른다. 그리고 한국사람들에게 심하게 자존심을 짓밟혔다든가 한국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다든가 또 한국사람에게 사랑하는 아내나 애인을 빼앗긴 사람들은 한국사람을 한국놈 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분’들은 점점 줄고 ‘한국놈’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왜 일까? 조선족들이 이제 좀 살만하니 ‘배은망덕’ 하는 것인가? 아니면 한국인들이 처음에는 한민족이라는 동질성 그리고 나보다 못 산다는 측은한 마음으로 관심을 보내다가 차차 발견하는 부동한 환경과 교육에서 기인되는 이질감 때문에 서서히 생기는 배타적인 감정 때문인가?

언젠가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네일가게 사장쯤 되는 듯한 어떤 뚱뚱한 여성이 높은 톤으로 전화받는 말을 할수 없이(소리가 너무 커서) 듣게 되었다. “혹시 연변인가 뭔가 하는데서 왔어요? 조선족은 안 써요. 조선족은 돈밖에 모르고 잘 거둬줘도 은혜를 모르더라고요. 뒤통수치는 인간들이더라구요. 아예 히스패닉계나 네팔계가 백번 나아요.” 그는 핸드폰 뚜껑을 ‘탕’ 하고 닫았다. 그 소리에 나와 함께 커피 마시던 한국인 친구가 민망해하며 조선족인 나를 쳐다보았다. 아주머니가 조선족들한테 얼마나 당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든 조선족들을 통 털어서 욕하는 데는 나도 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도 얼마나 뒤통수를 호되게 맞았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리고 그 “뒤통수쳤다”는 조선족도 좀 원망스러웠다. 그 한 사람의 처신 때문에 금방 잡 찾던 조선족까지 심한 모욕감에 큰 피해를 보게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선족이 한국과 한국인에게 짐인가 자원인가? 분명 큰 자원임에는 틀림이 없다. 정말 우리 한국민들은 좀 많이 배타적(자신과 틀린 것은 무조건 배척하는)인 것 같다. 유대인들이나 중국의 중화민족주의에서 한수 배워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한국놈’이 다 ‘한국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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