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의 실세 ‘에릭 캔터(Eric Cantor)’

2011-01-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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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동 석(한인유권자센터 상임고문)

대통령선거전의 열기가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2008년 8월초, 전 세계인들의 관심은 공화당의 후보인 존 맥케인이 부통령후보로 누구를 지명하는가? 였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공중파를 통해서 연일 추측, 전망하는 인물에 대해서 언급하고 설명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영국의 BBC가 특종을 했다. BBC는 인물을 언급하지 않고 인물에 대한 해설만을 다음과 같이 이틀 동안 내보냈다.

“존 맥케인이 아주 은밀하게 면담을 한 후보 한사람은 맥케인을 충분히 보완한다. 그는 모금운동에 대한 비범한 재주와, 모범적인 가정, 복음주의 교회의 지지와 강경 보수주의자들의 강한 후원을 받는 후보다. 더구나 그는 거론되는 후보 중에 가장 젊은 40대다. 만일 그를 러닝메이트로 하면 같은 공화당원들로부터 ‘충분히 보수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 매케인의 약점을 거의 완벽하게 보완할 것이다”란 해설이다. 이렇게 해서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떠오른 사람이 바로 112회기(2011년, 2012년)의 연방의회 최고의 실세인 공화당 원내대표인 ‘에릭 캔터(Eric Cantor)’이다.


에릭 캔터는 최초의 40대 다수당 원내대표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는 1963년생이다. 미국 정치권에 유태계의 영향력이 크다고 하지만 에릭 캔터는 유일한 공화당내 유태계 현역의원이다. 에릭 캔터는 2008년 대선전을 대비해서 ‘공화당의 개혁’을 디자인 했다. 무엇보다도 공화당의 구닥다리를 정리할 결심을 했다. 그러한 궁리 끝에 나온 것이 그 유명한 ‘Young Guns
Program’이다. 당내의 소장파 3명이 앞장섰다. 1990년 아칸소주지사인 클린턴이 민주당의 개혁을 통해서 백악관을 점령했던 방법을 본뜬 것이다. 에릭 캔터가 주도한 이 ‘Young Guns Program’은 2008년 선거전에서 전국적으로 60여명 이상의 신인을 발굴해서 출마를 시켰으며 그 중에서 현역을 제치고 5명의 정치신인을 냈다. 공화당내에 개혁의 파장을 일으켰다. Young Guns 프로그램은 하루아침에 에릭 캔터를 차세대 가장 유력한 개혁주자로 만들었다.

지난 12월16일, 전국 공화당위원회는 연방의회 112회기(2011년과 2012년)의 하원지도부를 발표하면서 회기의 초반에 다루게 될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관해서 대단히 민감한 부분을 언급했다. FTA는 한국하고 만이 아니고 컬럼비아와의 FTA를 함께 다루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미국과 컬럼비아간 FTA는 멀고 먼 일이다. 그동안 미국은 심지어는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공화당 내에서도 컬럼비아와의 FTA는 컬럼비아내에서의 노동자 탄압의 예가 해결되지 않는 한 비준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해 왔었다.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에 공화당도 관심이 높다는 정략적인 공화당 지도부의 발표였다. 에릭 캔터 공화당 대표의 강력한 의견이었다고 한다. 만일에 선거전에 공화당 지도부를 예상하고 누군가가 에릭 캔터를 만났었더라면 적어도 그로부터의 이러한 발언을 사전에 막아낼 수가 있었을 것이다. 한국 정부도, 또한 미국의 기업들도 공화당이 다수당이 된 상황의 연방의회 112회기에서는 한·미간 FTA가 별 어려움 없이 비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럭비공 튀듯이 튈지는 몰랐다.

에릭 캔터 하원 다수당 대표는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거두고 미디어를 통해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건강보험개혁안도 새 회기에서 무효화시키는 법안을 만들어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대통령을 향한 최강성의 저격수가 사령관이 된 야당의 공격을 과연 소수여당이 어떻게 돌파할지 지금부터 워싱턴이 요동을 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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