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무 한그루

2010-12-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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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지난 주말 뉴욕과 뉴저지일원에 폭설이 내린지 일주일이 되어가건만 아직도 서민들은 그 후유증으로 일상의 불편을 겪고 있다.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골목길의 자동차는 아직 산더미 같은 눈 속에 빠져있고 교통대란 속에 겨우 뚫린 전철은 수시로 연착되고 질척거리는 눈구덩 속에 발을 디뎌 양말이 다 젖어야 길을 건널 수 있다. 뿐인가, 연하장 보낸 지 며칠이 지나도 아직 받지 못했다고 한다. “뉴욕은 뭐든 지 커. 눈이 와도 이리 푸짐하게, 마구 쏟아져.”
오랜 뉴요커조차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뉴욕에 눈이 한번 왔다 하면 겁나게 퍼붓는다.이제 겨울 초입인데 단 한 번의 폭설로 벌써 이 난리이니 앞으로 꽃피는 봄이 오기까지 얼마나 더 이러한 비상사태를 겪어야 할 까 싶어 심란하다.
한국에서도 서울을 비롯 전국적으로 폭설과 한파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근 들어 지구촌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야말로 지구 오존층에 구멍이 나서 지구 온난화가 진행 중이라서 그런 걸까? 올 여름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수급 비상, 러시아에서는 한달이상 지속된 가뭄과 폭염으로 국가비상사태 선포, 파키스탄은 80년만의 대홍수로 1,500명 사망, 벨기에서는 폭염으로 500명 사망, 중국 남부와 동북부는 봄에는 100년만의 최악의 가뭄, 여름에는 홍수로 1억 2,000만명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런가하면 남반구는 밀림지역이 혹한으로 변하고 페루에서는 100명이 사망해 17개주가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국가적 재앙으로까지 갔었다.지금은 한번 더웠다, 추웠다 하면 60년, 80년, 100년만의 기록이 쏟아진다.지구촌 온난화가 날씨의 변동 폭을 점점 더 크게 하니 이러다가는 사계절이 아름다운 뉴욕에
봄과 가을이 없어지고 여름과 겨울이 남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미 2005년에 미국립빙설 자료센터는 ‘최근 5년동안 북극 빙하의 25%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 반세기 안에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또한 2030년 이후, 특히 대도시에서는 스모그와 오존으로 인해 사망률이 급증할 것이며 2060년 즈음 지구촌 전 지역에서 물 부족, 식량 위기에 직면하여 수억 명이 기아 상태로 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이상기후 여파는 곡물가를 급등시키고 전염병도 발생시킨다.언제까지 속수무책으로 자연 재해를 당해야 할까.해결 방안으로 친환경 연료 개발, 나무 심기 등이 있다고 한다. 또 에너지 절약과 온실 가스 줄이기, 폐기물 재활용, 폐지 재활용, 친환경 제품 사용, 1회용품 사용불가, 공기정화장치 설치, 지구 보호 캠페인 등이 있다.

이처럼 환경보호라는 것은 당장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차근차근, 장기간에 걸쳐 해야 하는 것이다.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에 아내와 아들을 잃고 혼자 양을 치며 사는 한 노인이 나온다. 나무 한그루 없는 땅에서 양을 치며 살아가는 노인은 모든 이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그 땅에 자신의 가족을 소생시키는 마음으로 씨뿌리기를 한다. 남들이 보기에 무모한 도전이고 정신병자 같지만 그는 매일 나무 심기를 시도한다. 30년 후 87세가 된 노인의 손길은 버려진 마을을 사람이 살 수 있는 숲으로 변화시킨다. 소박한 한 늙은 농부의 노력이 사람들에게 희망이 된 것이다.네덜란드 출생의 철학자 스피노자(1632~1677)가 한 말도 기억하자. 생전에 교수직이나 명예를 받기 거부하고 안경알 깎는 일로 생계를 꾸린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다.지금 심는 나무 한그루가 푸른 지구를 가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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