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별들 사라지고 교단에 ‘디지털 바람’

2010-12-30 (목)
크게 작게

▶ 2010년 종교계 7대 뉴스

2010년 미국과 한국의 종교계에는 다른 어느 해보다 빅뉴스가 많았다. 한국에서는 미주 한인 신자들과도 많은 인연을 맺어 온 옥한흠 목사, 이태석 신부, 법정 스님 등 종교계의 큰별들이 잇달아 스러져 많은 이들을 슬픔에 빠뜨렸다.

또 개신교, 불교, 이슬람 등 주요 종교간 갈등과 대립이 과거보다 두드러져 우려를 낳았다. 이런 가운데 최대 한인 교회인 남가주사랑의교회는 담임목사를 한국으로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올해를 장식한 종교계의 주요 뉴스를 정리한다.


옥한흠 목사·법정스님 등 타계
세계적 명성 수정교회 파산 충격
가톨릭 사제 아동 성추행 파문
‘불교 세계화 대표단’ LA 방문
땅밟기·코란소각 등 종교간 갈등
김승욱 사랑의교회 담임 한국행



▲옥한흠 목사, 이태석 신부, 법정 스님 타계

한국 복음주의 개신교계를 이끈 어른인 서울 사랑의교회 옥한흠(1938-2010) 원로목사가 9월2일(이하 한국시간) 향년 72세로 소천했다. 옥 목사는 평신도를 깨우는 제자훈련 프로그램을 여러 나라에 정착시키고, 한국교회의 갱신과 회개를 촉구하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천주교계에서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료봉사와 교육 활동을 펼쳐 ‘수단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던 이태석 신부가 1월14일 48세에 대장암으로 선종해 안타까움을 샀다. 그의 숭고한 일생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는 한국과 LA의 극장에서 상영돼 수많은 이들을 울렸다. 불교계에서는 평생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 스님(1932-2010)이 지난 3월11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법랍 55세, 세수 78세로 입적했다. 그는 1976년 4월 내놓은 수필집 ‘무소유’ 등 수 십권의 수필집과 번역서로 무한경쟁과 탐욕의 시대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남가주사랑의교회 김승욱 목사 한국행

김승욱 목사가 지난 8월 미주 최대 한인 신앙공동체인 남가주사랑의교회를 사임한 뒤 11월 한국 할렐루야교회 담임으로 부임했다. 10세 때 도미한 김 목사의 한국행은 교계를 놀라게 했으며 그 결과 사랑의교회는 2002년 초대담임 오정현 목사가 서울 사랑의교회 청빙을 받아 떠난 뒤 불과 8년여만에 3대 ‘선장’을 찾아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제자훈련을 바탕으로 크게 부흥한 남가주사랑의교회는 지난달 3대 담임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고 청빙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교회 측은 “언어가 부족해도 생명을 걸고 목양할 담임목사를 모시겠다.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교회의 목사를 청빙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수정교회 파산과 한인 교회들의 재정난

대부분의 대형 교회들이 경기침체로 인한 헌금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가든그로브의 수정교회가 지난 10월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해 충격파를 던졌다. 교인 7,000명 규모인 수정교회의 부채는 총 5,500만달러 규모. 관광 명소이기도 한 수정교회는 성극 공연들을 취소하고 대규모 직원감축, 부동산을 매각 등 자구책을 모색해 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불경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목사 1,0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한 조사에서는 34%가 올해 헌금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가 많아 타격이 더 큰 한인 교회들의 경우 헌금이 많게는 20~30%까지 줄어들어 구조조정, 선교지원금 축소, 사역 축소 등으로 맞서고 있다.


▲조계종 LA 방문 한국불교 세계화 노력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대표단’ 20여명과 지난 9월 LA를 방문, 미국 내 한국 불교 세계화를 홍보활동을 펼쳤다. 자승 스님은 방미 기간 중 한인 사찰들과 동국대 LA 캠퍼스를 돌아보고 특별 법회를 통해 한인 신도들을 격려했으며 불교계 관계자들과 해외 특별교구 설립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자승 스님은 “조계종 해외 특별교구는 내년 중에 성사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은 LA에 이어 뉴욕을 방문해 한국 전통 사찰음식 시연과 뉴욕 대법회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평화를 위한 종교 지도자 교류방안,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해 유엔과 협력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 내 종교 갈등 빈번

한국에서는 불교-개신교간 갈등이 지난 10월 모 개신교단체가 봉은사에서 이른바 ‘땅밟기 기도’를 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크게 고조됐다. 이에 앞서 KTX 울산역에 ‘통도사역’이라는 이름을 병기하는 문제와 팔공산 역사테마공원, 불교계 템플스테이 예산지원 등에 개신교계가 반발하자 불교계가 발끈하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계속됐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의 테리 존스 목사가 9.11테러 9주년에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밝혀 무슬림 신자들을 분노케 했으나 실행되지는 않았다. 또 코란에 기초한 율법인 ‘샤리아’를 주내 법정에서 적용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오클라호마 주의 헌법 수정안이 지난 11월 통과됐다. 이밖에 9.11 테러 현장에 대형 이슬람 사원을 건립하려는 계획을 둘러싸고 과격 시위가 이어졌다.


▲가톨릭 사제 아동 성추행 파문 계속

미국 가톨릭 교단의 성직자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한 150명에 대한 피해 기록 등을 담은 1만페이지 분량의 교단 내부 문서가 법원 결정에 따라 지난 10월 공개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 문서엔 48명의 성직자가 아동 등을 학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올 2월에는 베네딕토 교황의 고향인 독일의 예수회 학교 졸업생 7명이 성직자들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한 이후 독일 전역에서 총 115명의 학생이 피해 사실을 털어놓아 파문이 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가톨릭 사제의 수는 1975년 5만8,909명에서 2009년 4만666명으로 1만명 이상 줄었다.


▲스마트폰·트위터 시대 디지털 바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월 “새 시대의 문턱에서 현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제공하는 독특한 가능성을 잘 이용해야 한다”고 성직자들에게 당부했다. 이에 따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 4월 세미나를 열고 인터넷과 모바일 매체, 영화 등의 활용 방안을 모색했다. 개신교에서는 사랑의교회 등이 개별교회 차원의 스마트폰 앱을 만들었으며, 한글과 영어판 성경을 제공하는 사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은 모바일 신도증 도입방안, 스마트폰을 활용한 불교 정보검색 등에 대한 토론회를 지난 4월 개최했다.미주 한인사회의 경우 개신교를 중심으로 교회 홈페이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설교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 앱도 하나 둘 선보이고 있다.

<김장섭 기자>

지난 3월 입적한 법정스님의 분향소가 설치된 LA 고려사에서 불자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분향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남가주사랑의교회를 이임한 김승욱(앞줄 맨 오른쪽) 목사가 6월에 열린 공동의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교회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수정교회가 지난 10월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해 큰 충격을 주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