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망의 새해를 기다리며

2010-12-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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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이드

사람들은 삶이 각박하다보니 남을 배려하는데 점점 인색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타인에 대한 무의식이나 관심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힘들다보니 자연히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어지는 것일 것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꼭 물질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어렵거나 힘들어 보일 때 조그마한 관심이나 주의를 기울여주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주위에서 배움이나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 더 타인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볼수 있다. 자신의 작은 관심이나 배려로 이 사회를 밝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있는 한, 세상은 아무리 힘들어도 각박하거나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배려는 다른 사람의 불편을 먼저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형편을 먼저 헤아리는 마음이다. 남의 어려움을 생각하고 남을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의 따스한 정과 사랑이 담긴 마음이다.

배려란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고, 자기희생과 노력이 크게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점점 생활에 찌들고 하다 보니 남에 대한 배려는 내 것이 아닌 양, 대부분 잊고 산다.

엘리베이터를 드나드는 사람을 위해서 문을 잡아주거나, 지나가는 이웃에 미소를 지어주며 ‘하이’ 인사를 건네거나, 누군가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으면 거들어주든지, 지하철과 버스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해 준다거나, 아니면 고운 말씨와 행동으로 남을 즐겁게 하는 것들이 바로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 작은 배려이다. 이런 사소한 것들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일상 생활가운데 할 수 있다.

지난 주말 뉴욕과 뉴저지 등 미동북부를 강타한 눈폭풍은 사람들의 생활과 경제를 순식간에 마비시켰다. 적설량 최고 30인치 정도로 차동차는 물론, 공공버스와 지하철운행이 거의 중단되면서 하루 종일 교통수단이 꽁꽁 묶여 버렸다. 거리는 온통 수 십 블럭을 몇시간씩 걸어서 강추위에 힙겹게 출근하는 뉴요커들의 행렬로 장사진을 치렀다.

그야말로 지옥을 오가는 극심한 교통대란 이었다. 그래도 곳곳에서 노상에 미끄러진 행인들을 위해 손을 내밀어 일으키는 사람들, 간간히 타고 나온 밴에 노약자를 태워가는 착한 운전자들, 일찍이 커피 샵을 열어놓고 따뜻한 물을 대접하는 가게주인들, 집 동네 드라이브 웨이나 자동차에 쌓인 눈을 함께 치워주는 이웃, 눈에 빠진 자동차를 빼기 위해 바닥에 쌓인 눈을 함께 삽질해서 치워주고 힘을 모아 차를 밀어주는 동네 사람들.

이들이 우리 사회, 우리 주변에 있어서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더라도 따뜻한 배려가 곳곳에 묻어있는 사회와 세상은 희망이 있는 곳이다.

눈폭풍 속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눈에 빠지고 미끄러지고 하면서 고생고생하며 출근을 하면서도 춥거나 힘들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의 작은 배려에서 오는 즐거움과 행복감 때문이다.


삶의 진짜 행복은 가진 것이 많은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남을 먼저 생각해서 질서를 지키고 남을 돕고 나눔으로 해서 나오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이러한 배려가 넘쳐나는 사회는 향기롭고 밝고 건강한 사회이다.

나는 과연 올 한해 남을 얼마나 생각하고 타인에게 관심을 쏟았는가? 관심과 배려는커녕, 오히려 더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자신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경기침체로 힘들었던 한해의 대미를 맑고 깨끗한 눈으로 환하게 장식한 2010년, 이 세상의 모든 더러움과 교만, 탐욕들을 씻어내고 우리들의 마음속에 남을 생각하는 배려의 씨앗이 심어진 느낌이다.

비록 작더라도 작은 눈송이가 모여 온 세상을 환하고 아름답게 만든 것처럼 우리의 생활에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쌓여 2011년 새해는 우리의 가정과, 사회, 나아가 온 세상이 밝고 환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 지구촌에 울려 퍼지는 제야의 종소리처럼 다가오는 새해에는 배려의 향기가 우리 커뮤니티에 은은히 퍼져나가기를 소원한다.

배려가 넘치는 대망의 새해여 속히 오라. 무관심과 외면으로 일관했던 2010년은 이제 아듀!

여주영(주필)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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