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말, 연시 복을 빌며 보내자

2010-12-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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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연말연시가 되니 걱정되는 것이 있다.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의 격차가 이런 때 일수록 더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있는 사람들이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다 풍족하여 여유를 갖고 사는 사람들을 말하며 없는 사람들이란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크리스마스다, 새해다 하여 지인들에게 카드를 보내고 선물을 보내며 서로 복을 빌어주는 절기다. 그런데 선물보다는 걱정이 더 앞서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끼니 걱정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가난한 자들의 가난의 심정을 풍족한 사람들이 얼마나 알겠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냉정한 세상 실정이다 보니 그대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수밖에는 없다. 아무리 경제가 안 좋다고 하여도 있는 자는 있는 대로 부족함이 없이 살아가는 것이 세상이다. 오히려 경제가 안 좋을수록 더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있는 사람들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원리는 경제가 좋든 안 좋든 통한다.인류가 생긴 이래 선사시대에는 힘 있는 자들이 세상을 지배하였을 것이다. 그 때엔 화폐란 통화가치도 없었을 것이고 경제란 의미도 아주 간단하였을 것이다. 아니 그들 세계에서는 경제고 뭐고 할 것 없이 힘 있는 자들이 힘없는 자들의 것을 착취하면 그대로 끝나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힘이 없는 자들 중에는 여자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물리적인 힘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의 힘이란 무거운 물건이나 들 때나 사용되지 어디에도 힘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는 아니다. 지금의 시대는 경제가 세상을 지배한다. 경제가 힘이다. 경제란 무엇인가. 먹고사는 것이 바로 경제다. 먹고사는 것이 풍족한 사람이 바로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 힘 밑에 모여 산다. 그것이 오늘날 경제구조다. 없는 사람들은 있는 사람들에게 먹고사는 것을 의탁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는 살아갈 길이 없다.

인류 역사를 보면 혁명을 통해 제도가 바뀐 나라들이 수없이 많다. 러시아도 그렇고 프랑스도 그렇다. 그런데 혁명의 저변에 있는 민심을 보면 바로 가난이다. 가난이 서슬 퍼렇게 혁명의 밑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제대로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살아갈 때 그곳과 그 시대엔 반드시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게 된다. 그것이 바로 개혁이요 혁명의 물결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아주 신기한 일도 있다. 사람들이 가난하기는 물론, 인간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선 아직 혁명의 물결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아니, 일어났어도 일어날 때마다 그냥 주저앉고 마는 곳이 있다. 바로 북한이다.

모두가 다 똑같이 살아가도록 만들겠다는 공산주의 나라인 북한에도 빈익빈 부익부의 원리는 그대로 통하고 있다. 거기에도 있는 자들과 없는 자들의 격차는 오히려 민주주의 나라보다도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세상 어디에도 빈자와 부자 없이 함께 평등하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나라는 없다. 있으면 그 곳은 이 땅이 아니라 아마 저 하늘 어디에는 있을 것이다. 그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죽은 후에나 살아가는 영혼들이 사는 곳일 수도 있겠다.

게으른 자는 가난해지고 열심히 사는 자는 부자가 된다. 진리다. 그러나 진리 아닌 것도 있다. 부자로 태어나면 게을러도 부자다. 열심히 살아도 가난은 그대로 가난으로 남는다. 그러면 어떻게 살란 말인가.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주어진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며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다. 비관할 것도 부러워할 것도 없다. 언젠가는 세상이 바뀔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은 육신이 세상의 옷을 벗는 날이다. 나라고 하는 개체가 해체될 때 빈익빈, 부익부의 이 세상도 훨훨 벗어던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날이 될 때까지는 열심히 자신의 몫을 살아야 한다. 우주보다 더 귀한 목숨을 끝까지 지탱해야 한다. 세상에 공평한 것이 하나 있는데 하늘이다. 하늘은 빈자나 부자나 때가 되면 거두어 간다. 거두어갈 때 가더라도, 그래도 연말연시 서로 복을 빌며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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