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해를 접으며 2

2010-12-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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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12월의 끝자락이다.

정상 매물 이상으로 숏세일과 은행 매물로 분주했던 부동산 시장이 연말로 인해 조용하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사람들이나 윤택했던 이들에게 똑같이 주어진 연말이다.


미국에 살면 가족만큼 소중한 관계가 주변 사람들을 더 크게 깨닫게 된다.

오랫동안 이끌어 온 사업이 힘들어 파산할 때 지인들의 위로를 받고 새로운 재기를 꿈꾼다는 활기찬 어느 고객의 고백이 귓전을 맴돈다.

따스한 말 한마디에 감동 먹고 차 한 잔에도 온기가 전해지는 비어진 가슴을 갖게 되어 다행스럽다며 위안한다는 그는 지금 행복하다.

그동안 숏세일 상담을 하면서 집에 투자된 돈이 많았던 분들이 집을 던지는 것을 쉽게 결정하지 못해 더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조금만 더 버티면 부동산 시세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혹은 이미 들어간 돈이 날아가는 것이 안타까워 에퀴티 하나 없는 집에 아직도 미련이 남아 선뜻 결정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통장의 잔고가 없을수록 페이먼트 날짜는 더 빨리 다가오는 듯해서 마음은 조급하기만 하다.

이래저래 긁은 신용카드는 미니멈 페이먼트로 매달을 넘기면서 경기 회복만 기다리고 있다.


어쩌다 한 번이라도 연체되면 25% 이상으로 이자율이 치솟아 원금의 변동 하나 없는 이자만 내기에도 매달 벅차다.

여유 없는 가계부에 대대적인 조절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살아오던 형편을 바꾸기란 참 쉽지 않다.

넓은 집, 좋은 차를 모두 바꾸며 스스로 잘했다고 위안삼지만 만족하기 어렵다.

달랑 경제적 수치로 볼 때 가진 사람들의 여유와 덜 가진 이들의 행복지수가 비슷해 질 수 있는 건 오직 마음먹기에 달렸다.

남보다 좀 더 나은 것을 갖고 싶은 욕망을 접기 전엔, 소박한 마음을 갖기 전엔 평화가 없다.

깨져보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는 말을 경험한 분들의 성공담이 우리를 성숙하게 한다.

우리를 구속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매일같이 주어지는 선택에 나만이 갖고 있는 수많은 잣대로 편치 않는 길을 간다.

남보다는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작은 우월감이 때론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

평범함 속에 행복이 있다고 하면서도 우린 때론 너무 편안함에 질려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매일 똑같이 진행되는 일상을 어느 샌가 당연하게 여기고 자신에게 주어지는 타인의 관심에 특별한 고마움이 엷어지기도 한다.

젊은 시절 지금만큼의 관용이 있었다면 좀 더 삶을 풍요롭게 살지 않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누구에게나 있다.

지난날은 돌릴 수 없기에 더 소중하다.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지만 그 결과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추운 겨울을 잘 지낸 나무가 선명한 나이테를 만들 듯 힘겨워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축적해야 한다.

유난히 따스한 올 겨울엔 힘든 사람들의 마음도 날씨처럼 을씨년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숏세일로, 파산으로 마음 무거운 이들이 그 짐을 훌훌 털고 또 다른 희망으로 빈손을 채우는 선물을 받는다면 남다른 기쁨이 되지 않을까?

한 해의 힘겨움을 새해 소망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12월을 기쁨 마음으로 보내고 싶다.

새해엔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으니까.
(562)304-3993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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