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쟁적인 해외선교

2010-12-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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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1959년 초겨울, 대구 서문교회에서는 전국에서 교회 목사들이 총회를 하고 있었다. 이날 총회는 한국기독교사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자리였다. 큼직한 안건들이 다루어진 데다, 소위 지금의 합동측 교단(NAE)과 통합측 교단(WCC Ecumenical)이 본격적으로 충돌해서 분리되는 산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자리에서 한국의 기독교 사상 유례없는 그 유명한 ‘인분세례 사건’이 있었음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

이 사건은 깡패를 동원해 반대파 목사의 머리에다 인분을 쏟아 부은 엄청난 사건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총회당일 교회당을 회의장소로 허락했던 서문교회로부터 분리되면서 전국에 있는 한국교회들이 유행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어떤 교회는 1층에서 찬송하면, 2층으로 분리돼 나간 교회는 설교를 하였으며 서로가 마주치면 얼굴을 돌리고 하면서 예배를 보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합동측은 통합측에 대해 신 신학이라 하여 마귀의 자식들이라며 몰아부쳤고 서로가
이단 운운하며 상대방 교단에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적대시해서 서로간에 구원을 받을 수 있느니, 없느니 하며 툭하면 시비가 벌어졌다. 그와 동시에 교단이탈, 교회분리 등이 전국적으로 진풍경처럼 여기저기서 일어났다고 한다. 이는 다름아닌 형제간의 다툼이었다.

‘우리가 제일 큰 장자교단’이니 하며 꼭 한 집안 속에서 형제간에 별것도 아닌 문제로 티격태격하며 원수가 되어 서로간에 으르렁대며 싸우는 것과 차이가 없는 것이었다. 두 교단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저런 사상, 성경해석 등의 차이로 비이성적이니 덜 이성적이니 하면서 서로간에 견제하고 있다. 이런 다툼이 결과적으로 교단사이에 경쟁을 불러일으킨 보이지 않는 불씨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두 교단의 갈등은 점점 경쟁적으로 발전되었고, 누가 이기나 하는 식으로 모든 것을 경쟁화로 몰고 갔다. 교단의 위세는 결국 교회와 목사배출, 신학교건립 숫자에 의해 보이지 않게 결정됐다. 또 해외선교 역시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1970년대를 기점으로 양대교단의 선교는 과도하다 할 만큼 극심한 경쟁으로 국내외 선교 모두 다 팽창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의례 해외선교가 교회의 팽창 발전에 원동력이 되는 것처럼 인식되었고 교인들에게 해외선교의 가치관과 보람을 주입시켜 교인상호간의 결속력도 돈독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이 해외선교가 자교회의 긍지와 자랑인양 인식되는 분위기가 되었다. 해외선교활동을 통해 목회자 자신 또한 강한 리더십의 가속화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교회, 세계적 선교의 꿈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특히 해외선교의 경쟁은 한국기독교의 기둥으로 영혼구원을 강조하는 두 교단이 주축이다. 국내선교의 경쟁의 쟁점은 오직 외적인 교인수와 물리적인 팽창이 거의 전적이고 국내선교의 한부분인 구제부문은 도외시하였던 것이다. 즉 가난한 자, 병든 자, 소외된 자, 노숙자 문제 등은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몫이 되었고 또 그렇다고 하여도 구세군이나, 자기들의 몫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해외선교에 대해 무어라 할 수 없는 것은 바울도 해외선교에 역점을 두었고 예수도 “땅 끝까지 전도하라”고 지상 명령하였기에 해외선교를 지나치게 폄하하거나 평하기가 심히 어려운 입장이다. 이 두 교단의 경쟁이 현 한국교회의 발전 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한 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강한 두 등불아래 희생되거나 외면당하는 부류, 사회의 소외계층이 우리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교회들의 관심밖에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이 다가왔다.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지구상의 모든 인류, 특히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진정으로 강조하는 ‘이웃사랑’을 생각하며 그가 생전에 소외된 자에게 보여준 고귀한 행적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A교회는 3개국 해외선교 하고, B교회 목사는 이번에 몇 개국 파송 선교사 만나고 왔다더라” 라는 말은 교회의 위용이나 자랑이 될 수 없다.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한다면 우선 교단의 경쟁적인 해외선교 정책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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