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흑인 영가’와 ‘크리스마스 캐롤’

2010-12-21 (화)
크게 작게
김 근 영(목사)
BC4세기 12월24일 첫 크리스마스 이브, 유대땅 베들레햄에서는 호적하기 위해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빈 여관이 없어 가난한 목수는 만삭된 부인을 부축하여 외양간에서 한 아기를 분만하였다. 이 아기가 역사를 심판할 메시아, 즉 이 세상에 진정한 카리스마(charisma)가 오신 날이었다.

크리스마스가 무엇인가? 필자는 이날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그냥 좋아했을 뿐이었고 사실 예수 없는 성탄절을 10여년간 즐긴 후, 겨우 고등학교 때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던 내가 미국에 와 미국사람들한테는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추수감사절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탄장식과 캐롤을 부르는데 밤과 낮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대국인 미국도 메시아가 그리도 절실했던가. 로마의 식민지였던 유대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암담
했던 때였고,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에 메시아를 대망하였고 또 이사야 선지자가 예언한대로 메시아는 베들레헴 빈들 외곽 한 외양간에서 소리 소문없이 오셨던 것이다.

‘메시아 대망 사상(messiahnisim)’은 악과 불행에 찬 오늘날의 세계를 심판하고 정의와 행복을 약속하는 새로운 질서를 가져올 구세주가 나타날 것을 믿는 종교적 신앙으로서 뒤에는 종말론과 결부하여 지상의 ‘하나님 나라’가 도래할 것을 믿는 사상으로 발전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에 대한 숨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헨델은 메시아가 작고할 무렵, 이미 메시아 곡을 연주할 그 도시의 음악적 수준에 맞추어 디자인했다는 것이
다. 즉 대중의 귀높이에 맞추어 작곡했다는 것. 만일 메시아를 음악수준 높은 베를린과 같은 음악도시에서 귀족을 의식하여 작곡됐더라면 아마 지금의 메시아 곡은 사뭇 달랐을 것이다.


이 곡이 어쩌면 그리 아름다운 색깔과 서정적 묘사 등으로 메시아를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는지...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피라밋 보다도 더 불가사이한 것이 이 메시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이 말은 즉, 메시아는 낮은 곳에 있는 대중들과 메시아 공연장 객석에 앉아있는 죄인들을 위해
오셨다는 뜻이다. 크리스마스를 특히 즐기는 미국인들은 이런 메시아 사상을 자기의 목화밭에 팔려온 흑인노예들에게 왜곡 주입시켜 속박과 고통 속에서도 항상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또 주인에게 충성 봉사할 것을 강요하였던 것이다.

이런 독실한(?) 크리스챤 주인으로부터 왠종일 매맞으며 혹독한 노동을 감래해야만 했고 노예시장에서, 기약도 없이 생이별한 그리운 가족 생각에 눈물 글썽이며, 그리고 낮에 맞은 상처 어루만지며 건초더미에서 구슬프게 불렀던 노래가 곧 흑인영가(negro spiriture)이다. “주여! 외롭고 괴로운 나를 흔들리는 마차에 태워 ‘하늘나라’로 보내주오..” 화이트 크리스
마스 이브 목화밭 주인집 저택에서는 터키를 구우며, 산타의 선물 실은 마차를 꿈꾸며, 크리스마스 캐롤로 화려한 파티가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샴페인 부딪히며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 부라보! 이와 같은 예수 잃은 외양간에서 성탄축하 파티 하는 독실한 기득권 크리스챤들을 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면 과연 적절한 표현이 될까, 걱정이 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