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0년도 얻은 소득은?

2010-12-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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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주 영(주필)
경제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매일 아침 출근시간대의 고속도로 차량 통행이 예전과 같지 않다. 몇 년 전만 해도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붐비는 차량으로 출근시간에 애를 좀 먹는 일이 많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회사를 오가기가 별로 어렵지 않을 만큼 차량 통행이 많이 줄어들었다. 사람들이 비싼 기름값에다 고액의 보험료 탓으로 가능한 차 대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고, 아니면 차를 타더라도 집안에 두 대 혹은 세대씩 있던 차들의 숫자를 줄인 탓일 것이다.

뉴저지에서 매달 모이는 학교 동기동창 모임에 안간지가 벌써 몇 달이다. 바쁜 탓도 있지만 뉴저지에 한번 갔다 오려면 비싼 톨비에다 기름값에 한 번씩 갈 때마다 점심값과 찻값까지 드는 비용이 적지 아니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심심하면 날라드는 결혼식 청첩장 혹은 장례식 부고장을 받다 보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매달 물
어야 하는 아파트 렌트비, 각종 공과금, 먹고 살아야 할 식품비나 잡비 등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금액만도 어디 한두 푼인가. 하루 하루 사는 것이 정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이것이 어디 요즘 나만의 일일까? 이따금 만나는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경제가 너무 어려워 앞으로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갈 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앞이 별로 보이지 않는 암흑속의 터널, 한인들은 모두 그 안에 갇혀서 이제나 저제나 경제가 풀리기를 고대하며 한숨만 쉬고 있다.

플러싱의 노던 블러버드 한인상가를 가보면 극심하게 침체된 불경기로 업소마다 손님은 별로 없고, 휑하니 찬바람만 요란하게 불고 있다. 어제까지만 하여도 멀쩡히 문을 열고 있던 가게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고 또 다시 새로운 상호의 간판이 나붓고 하는 광경이 요즈음의 이곳 추세다. 문만 열면 돈을 긁어모았다는 이민초창기의 호경기는 이제 먼 나라의 이야기가 돼버렸다. 지금은 오히려 문을 열었다가 투자금만 몽땅 날리고 손 털고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1929년에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 시절만큼이나 지금의 불경기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 언제쯤 끝이 나 예전과 다름없이 크게 염려 안하며 살 수 있을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사정없이 무너진 미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지만 이 상황이 언제 회복될 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그동안 연방정부가 6000억달러의 긴급구제기금 방출과 실업자구제를 위해 많
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벌써 3년이나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 상황을 단숨에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합의를 이루어낸 감세연장안 실시가 경기부양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다 경기회복 속도가 내년부터는 좀 빨라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경제학자들의 예측이고 보면 조만간 회복의 불씨가 보이지 않을까 기대해 보게 된다. 한인업주들은 올해만큼 최악의 불경기인 때는 없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우리는 올 한 해 무사히 잘 지내 왔다.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 끼니 굶지 않고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으니 그나마 감사하는 마음으로 위
안을 삼아야 하지 않을까. 좋을 때 하는 감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고통이나 역경속에서 하는 감사가 진정한 감사이다. 감사는 아무리 힘들어도 그 가운데 오히려 더 기쁘고 즐거워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나 상황이 어떻든 가능한 긍정적인 쪽으로 받아들이는 사고를 갖는 것이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불평치 아니하고 인내하며 긍정적으로 잘 대처한다면 성공의 길이 보인다는 말과도 통하는 말이다.

반잔의 물을 놓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나오는 결과의 차이를 구태여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번 한해 우리가 어려움 중에서 확실하게 터득한 진리이다. ‘어려운 가운데 하는 감사’ 우리는 2010년 한해, 물질적으로는 얻은 것이 없지만 정신적으로는 무엇보다 귀중한 소득을 얻었다. 이만하면 잘 살지 않았는가! “좀 더...” 보다는 이만큼, 여기까지 온 데 대해 “참 잘했어” “수고했어” 라는 말로 우리 서로 격려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 한해를 풍요롭게 마감하자.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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