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드 카치 브리지와 홍길동 공항

2010-12-10 (금)
크게 작게
민 병 임(논설위원)
한인들이 애칭으로 ‘59브리지’라 부르는 퀸즈보로 브리지가 에드 카치(Edward I.Koch) 전 뉴욕시장의 이름을 딴 ‘에드 카치 브리지’로 오는 12일부터 바뀔 예정이다.맨하탄 다운타운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브루클린 배터리 터널도 전 뉴욕 주지사의 이름을 딴 휴 개리 터널로 개명된다.이중 한인들이 애용하는 퀸즈보로 브리지는 퀸즈와 맨하탄 미드타운을 연결하는, 남성적으로 씩씩하게 잘 생긴 다리인데 에드 카치의 이름이 붙여진다니 더욱 가깝게 여겨진다.에드 카치는 1978년부터 1989년까지 12년간 뉴욕시장으로 있으면서 심각한 불황, 인종갈등, 교통난 등 온갖 문제가 난무하는 뉴욕시의 살림을 무난하게 해결하여 오늘의 뉴욕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1965년 개정이민법으로 한국에서 밀물처럼 밀려온 한인들과도 친숙한 관계를 유지, 한인대표 간담회, 한국일보와의 신년인터뷰, 89 뉴욕한인청소년 축제주간 선포, 코리안 퍼레이드 그랜드 마샬 등으로 우리와 가깝게 지냈었다.

이처럼 뉴욕의 다리와 터널이 뉴욕에 공헌한 자들의 이름으로 개명되고 있다.
2008년에는 맨하탄과 브롱스, 퀸즈를 잇는 트라이보로 브리지가 뉴욕주 연방상원의원을 지낸 로버트 F 케네디의 서거 40주년을 맞아 로버트 케네디 브리지로 이름이 붙여졌지만 아직도 옛명칭에 익숙한 사람이 많다. 존 F 케네디 공항도 원래 ‘Idle Airport’으로 출발하여 여러 이름을 거쳐 1963년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를 기념하여 이름이 바뀐 것이다.현재 뉴욕의 국제선 노선 수 및 이용객 수가 미국에서 가장 많은 공항으로 최대의 국제관문 역할을 하고 있으니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11월 19일~21일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수많은 정치인을 배출한 케네디가 형제 이름이 뉴욕의 주요 시설에 붙여져 영원히 뉴요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이 무슨 영광인가.이처럼 뉴욕에는 주요시설이 지역이나 동네 명칭이 아닌 유명인 이름으로 붙여진 경우가 많다.뉴욕의 워싱턴 하잇츠와 뉴저지를 잇는 당당한 모습의 조지 워싱턴 브리지, 꿈의 공연장을 거느린 링컨 센터, 크리스마스 트리로 유명한 록펠러 센터, 명판결로 유명한 판사출신 전 뉴욕시장을 기린 피오렐로 라구아디아 공항, 젊은이의 광장 워싱턴 스퀘어, 최고 콘서트홀인 카네기홀, US오픈 테니스장인 아서 애쉬 스태디엄, 그 외 구겐하임 미술관, 위트니 미술관 등등.....다리나 터널, 공연장 등에 사람의 이름이 붙여짐으로써 생명이 부여되고 뜻깊은 이미지가 구축되고 있는데 이민 107년이 된 한인 이민자의 이름이 하나쯤은 붙여져 후손들에게 긍지와 자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아스토리아 영상박물관의 비디오실 이름이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방이고 제퍼슨 대학의 병리학실이 현봉학 박사의 이름을 딴 현봉학 강의실로 명명되어 명예로운 한인의 이름을 남기고 있다. 좀 더 큰 욕심을 부려서 뉴욕이민사에 길이 남을 한인은 없을까? 미국 사회 발전에 공헌한 이민자와 지도자들에게 주는 엘리스 아일랜드 상을 탄 한인들도 제법 있지 않은가. 아직 천상의 다리처럼 아름다운 브루클린 브리지를 비롯 맨하탄 브리지, 뉴욕현대미술관, 42가 공공 도서관, 양키스 스테디엄, 뉴왁공항 등에 누구의 이름도 붙여져 있지 않다.“한국계 아메리칸 ‘홍길동’은 미국 경제발전과 커뮤니티에 뛰어난 업적을 세웠고 모범적인 삶을 살고 사후 모든 재산을 뉴욕시와 뉴욕시민을 위해 내놓은 자로서 그를 기념하여 이 공항(또는 터널, 브리지, 빌딩, 미술관, 도서관 등)을 ‘홍길동 공항’이라 명명한다’”는 역사적 대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