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평도와 카트리나

2010-12-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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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기 선(자유기고가)
5년전 루이지애나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그 강도로 보나 피해로 보나 우리의 기억으로는 처음 당했던 큰 재난이었음에 틀림없다. 연방정부의 FEMA가 책임을 지고 구조와 구호를 담당했지만, 무질서하고 부패하였던 이 기관이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를 못하는 바람에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도록 심각해지기만 했었다.

하지만 당시 조지 W 부시대통령은 모든 일이 잘 진행되는 것으로만 보고를 받으면서 그렇게 믿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위에서만 물에 잠긴 피해지역을 내려다보며 그 피해참상을 시찰했다.
얼마후, FEMA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 밝혀지면서 결국 그 책임자는 목이 잘렸다. 하지만 어느 기관의 잘못이었건 간에 그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에게로 돌아갔던 일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영토인 연평도가 북한에게 공격을 당한 다음, 한국군에서 계속 발표되고 있는 구차스러운 꾀어 맞춤식의 상황설명과 이해못할 장황한 궁여지책은 듣기에도 한심스럽기만 했다. 꼭 적절한 응징을 못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아니었지만 여하튼 국방장관이 경질된 것을 보면서, 카트리나재난 때의 일이 생각나서 하는 말이다. 믿겨지지 않는 변명들로 먹칠을 했던 FEMA의 어처구니없었던 카라리나재해 때의 일이나 이번에 북한의 연평도폭격후에 떠들썩 했던 군 수뇌의 허둥지둥하는 일들에는 어디엔가 비슷한 공통점이 있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연평도폭격으로 사망한 두명의 해병대원의 군 장례나 이들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예우는 적절하였던 것 같다.

한편, 두명의 민간인들의 죽음은 그들의 신분상의 문제로 인해 장례절차나 유족들의 바램을 들어주기에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인천의 찜질방등지에서 기약없는 나날을 보내면서 우선 주거할 곳을 기다리고 있는 대부분의
연평도주민들의 문제도, 마땅히 중앙정부에서 이를 맡아서 우선 처리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부시 전대통령이 최근에 쓴 자기의 ‘매모아’ ‘Decision Points’에서 카트리나재해 때의 일들을 자세히 회고하고 있다.

한편 그는 오프라 윈프리쇼에 직접 출연하여 자신의 대통령 재임중 있었던 일중에 가장 후회스러웠던 것이 바로 카트리나재난 때에 자기가 취했던 잘못된 처신이었었다고 고백했다. 피해지역의 땅을 직접 밟고 이재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어려움을 보고 들었어야 했던 것을, 공중에서 헬리콥터만 타고,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성의없는 시찰을 한 것을 후회하는 만시지탄인 것이다. 아직 임기의 반이 남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후 청와대를 떠나, 지금 부시 전대통령이 그런 가슴아픈 후회가 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오직 선정만을 펴나가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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