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주 한인들, 이제는 달라져야

2010-12-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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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동 석(한인유권자센터 상임고문)

2007년 8월말, 북한으로부터 핵기술을 제공받아 시리아가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는 정보가 새어 나왔다. 9월초, 필라델피아에 에이팩(AIPAC:미국내 유태계의 풀뿌리 정치참여단체)지도부가 긴급하게 모이면서 워싱턴의 국방관계 거물급 의원들을 불러냈다. 그리고 꼭 일주일 후에 이스라엘 공군이 비밀리에 건설 중이던 시리아의 원자로 시설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의 결정 이전에 미국내 유태인들의 의견이었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지난 5월 미국내 유태계 지도자들이 맨하탄에 모였다.

이스라엘의 건국을 기념하는 맨하탄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명목이었다. 그들은 맨하탄(유엔)에 파견 나온 중국관계자들을 만났다. 워싱턴 의회 상, 하 외교위의 의원들이 나서서 모임을 주선토록 했다. 이란에 투자한 중국의 돈이 물거품으로 되지 않게 하려면 이란제재 결의안에 반대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강요하는 오바마대통령에게 스트레스를 받아온 강경한 미국유태인들의 일차 목표는 이란이었다. 핵무기 개발 의혹이 있는 이란에
대한 유엔의 추가제재 결의안이 중국의 반대에 늘 묶여 있기 때문이다.


강경한 미국유태인들이 어떻게 중국을 협박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란에 전체 석유수입의 10% 이상을 의존하는 중국이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제재결의안을 통과시킬 때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스라엘이 아니고 미국의 유태인들이 해냈다. 팔레스타인의 무장 게릴라들이 로켓 한발만 쏘아도 팔레스타인촌을 초토화 시키는 이스라엘을 국제사회가 비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늘 미국의 유태인들 몫이다.

지난달 22일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했다. 한국 연평도의 민간 마을이 불타고 있는 장면이 실시간 뉴스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세계의 화약고인 한반도에서 군사충돌은 순식간에 전면전이다. 그것은 민족의 공멸이다. 그래서 전쟁은 절대 아니다. 미국내 유태인들의 방식을 공부하고 배운지 10여 년 만에 한반도의 전쟁 상황을 맞았다. 뉴욕의 한인유권자센터는 연평도 사태에 처음으로 그것을 긴급하게 적용해 봤다. 연방의회가 먼저 치고 나가면 백악관과 국무부가 신속하게 조치를 취한다는 유태인들의 방식을
그대로 흉내를 냈다. 백악관과 의회가 동시에 보조를 맞추면서 긴급행동을 취했다. 겨우겨우 이 정도지만 신기할 정도로 작동되었다.

미국의 한인들도 유태인들과 다르지 않게 분단(분쟁)국가 출신이며 항상 전쟁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여타의 이민자 그룹들과 다르게 늘 냉정하게 깨어 있어야만 할 처지다. 북한이 미국의 적국으로 규정되어 있는 한, 한국인들은 안정과 안전을 자신할 수가 없다. 북한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때 마다 마음을 조아리게 된다. 이번 연평도 사태에도 역시 한인 타운에 한인들끼리 모여서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 비난하는 그리고 당장에 북한을 공격해서 초토화 시켜야 한다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부터는 북한에 더해서 한인들이 중국대사관까지 진출한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한다. 전략적인 리더쉽이 없이는 미국내 한인들의 행동이 위험을 불러 올 수도 있겠다. 팔레스타인들이 목소리를 높이면 순식간에 워싱턴에 집결하는 전국의 유태계 지도자들, 이스라엘에 총성이 울리면 조용히 개인적으로 현장으로 향하는 유태인 자녀들, 유태인들의 예를 입이 닳도록 이야기 하면서 오늘도 우리는(안전한 미국에서) 우리끼리만의 비난성명과 규탄시위에 목청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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