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교 20주년 기념 감사의 밤

2010-12-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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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 희(교육가 /수필가)
이 가을에 참석한 많은 행사 가운데 나에게 퍽 의미 있는 행사 하나가 있었다. 얼마전 개최된 뉴저지 사랑 한국학교 ‘개교 20주년 기념 감사의 밤’이었다. 교회가 창립된지 2년후에 한국학교가 세워졌는데, 그 때 학교를 세운 교장이 지금까지 20년간 그 학교 교장으로 묵묵히 그 학교를 지켜오고 있었다.
모든 한국학교 선생들이 그렇듯이 자기 자녀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학교를 세웠고, 교사도 마다 하지 않은 것처럼, 이 교장의 어린 자녀들도 이 한국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더니,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모교로 돌아와서 한국학교 교사로 활약하고 있는 교장의 큰 딸, 그녀의 모습과 10명이 넘는 교사들의 단합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특히 이 모임의 순서 가운데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한 노래극 ‘안중근 의사’공연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감동을 가져다 주었다.

20년이면 강산이 두번도 변할 세월인데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한국학교를 이끌어 오느라 얼
마나 어려움이 많았을까. 20년의 세월 속에 흘러간 교사들은 어려운 이민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더러는 교육 경험도 없이 교단에 서서 숱하게 반복되는 시행착오와 좌절 속에서 혼자 울며 괴로워한 선생님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있었기게 우리 자녀들이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알며,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2세들이 점점 많아져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20년 동안 한국학교를 이끌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에 대한 질문에 교장 선생은 매 한 학기가 끝나고 방학과 함께 꼭 몇 명의 교사들이 그만 두게 되어 가슴이 아팠다는 것과, 새 학기에 훌륭한 교사 물색에 고충이 많았다는 이야기에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

이제는 학생 수도 많아지고 훌륭한 선생들도 하나님께서 채워 주시기에 별 걱정이 없다는 교장의 말은 안도의 숨을 내 쉬게 만들었다. 그렇다. 우리들의 헌신 노력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고, 이제 이중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인재를 요구하는 사회가 되어 한국에서도 그 노고를 인정하고 후원을 아끼지 않아, 한국어 교육이 한결 쉬워지고 있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 한국학교가 세워지고 20년동안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 본 한 사람으로서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젊은 교장이 전문가로서 자기의 일에 충실하면서 한국학교에도 열과 성의를 다하는 진인사 대천명의 모습을 보면서 선배로서 퍽 대견스럽게 생각된다. 그동안 계속 애를 써온, 여기모인 성도들, 학부모들, 교사들, 협의회 고문, 임원들 모든 동역자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는 이 모임을 마음껏 축하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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