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자 같은 여자’

2010-12-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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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석 빈 (교도소 심리학자)
얼마 전에 나온 한 인류학자의 연구보고에 보면 캐나다 지방에 피에간(Piegan)이라는 인디안 부족이 있는데. 이 인디안 부족 사회에는 ‘남자 같은 여자’라는 칭호를 받는 여자들이 있다고 한다. 이 피에간 인디안 사회는 철저한 남성중심의 사회로서 이 사회의 여자는 겸손하고 복종해야 하며 친절을 베풀고 언행도 조심해야 하는 규례를 지켜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일지라도 ‘남자 같은 여자’라는 칭호를 가진 여자들은 다른 일반 여자들이 지키는 규례에서 제외되며, 남자와 꼭같이 공격적이고 거만하고 담대한 행동을 자유로이 취할 수 있다고 한다.이들은 남자와 같이 남이 보는 앞에서 소변을 보고 남자들이 부르는 노래를 부르며 남자들 틈에 끼어 그들과 함께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모든 행동이나 판단에 있어서 남자의 구애나 도움을 받지 않으며 오히려 자기의 허락 없이 하는 남편의 행위에 대하여 힐난을 할 수 있으며, 전래하는 관습이 그들을 구속하지 못하므로 그들의 자유분방한 성행위에 대해서도 아무도 지탄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저들에게는 남자 족장과 동등하게 태양무(Sun dance)의 예식을 집전하고 소집하는 권한이 있다고 한다. 이혼도 자유로이 할 수 있어 이들 ‘남자 같은 여자’의 자질과 자격으로는 훌륭한 아버지 밑에서 총애를 받고 자란 여자, 어려서부터 남다른 재능을 보여온 여자, 부자와 결혼한 후 그 남편의 죽음으로 재산을 물려받은 여자 등을 들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모두의 젖어온 인습으로는 여자는 여자다워야 하고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자가 남자 같다든지 남자가 여자 같다는 현상은 어딘가 온당치 않다는 인상을 자아낸다. 이 얼마나 잘못된 균형인가. 오늘의 사회의 집계에 의하면 남자보다 훨씬 많은 수의 여자가 우울증에 걸려있다고 한다. 남자와 같은 일을 해도 여자의 보수는 남자의 3분의 1정도는 작게 받는다. 여자가 대통령도 되고 총리도 될 수 있으나 그러한 예는 지극히 드물다. 피에간 인디안의 ‘남자 같은 여자’는 확실히 오늘의 여성주의자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여자여, 남자와 같이 되자!” 남존여비의 악습이 없어지면 남녀 우울증 환자의 수도 같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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