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의 무력도발은 다시 FTA 전쟁시대로

2010-12-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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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민 자(의사)
해마다 연말이면 캘리포니아에서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온 가족이 시어머님 산소를 찾아간다. 아들이 잠시 차를 멈추고 커피샵에 들려 두툼한 뉴욕타임스 지를 들고 나온다. 신문 일면에 주먹만한 글씨로 해안 연평도에 북한의 해안포 공격으로 시커먼 화염이 치솟고 있는 기사가 실려 있다. 이제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아이들은 서해 바다에 떠있는 연평도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아이들은 서해 바다에 진입해 있는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는 물위에 떠있는 가공할만한 최첨단 무기를 장비한 군사기지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바다에 떠있는 미국의 섬이라고 말한다. 미국이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는 한반도와 대만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을 연결하는 삼각구도는 중국의 포위전략이라고 말한다. 시어머니의 무덤 주위의 납작한 비석에 씌어져 있는 김씨, 이씨 등 낯익은 한국 성들을 읽으며 가슴이 찡해온다. 이국땅에서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부딪치며 살아온 이민 1세의 집단묘지였다. 나의 시어머니는
1,4 후퇴의 눈보라속에서 얼어붙은 대동강을 건너 남쪽으로 향해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 내려온 실향민이다. 유리온실 같은 환경의 남한에서 자란 나에게는 너무나 낯선 삶이 아닌가? 장미와 안개꽃을 시어머님 무덤 앞에 놓았다. 그리고 연평도 기사가 실린 신문을 비석 위에 올려놓았다. 시어머님은 지금 전쟁의 악몽을 지우고 봄이면 온 산을 뒤덮은 진달래가 활활 타오르는 고향의 꿈을 꾸며 편히 잠들고 계신 것이 아닐까?

60년 전 1950년 9월 유엔 연합군을 진두지휘하여 기습적인 인천상륙 전을 성공시킨 후 북진으로 밀어붙였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6.25전쟁의 신화 같은 전설을 남겼다.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다시 돌아왔다. 한국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도발사건의 상처는 아직도 봉합되지 않았다. 한국 영토를 향해 포 사격을 가한 것은 6.25 전쟁 이후 육상에서의 처음 벌어진 무력 도발이다.지금 대북 압박의 대응으로 한미 연합훈련으로 한반도를 에워싼 바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옛날 전쟁영웅들이 총출동하여 부활하고 있다. 다시 문무대왕함, 충무공, 이순신함등 한국형 구축함과 미국독립전쟁의 총사령관이었던 조지 워
싱턴의 항공모함은 서해바다에서 종횡무진 역사의 드라마를 재연하며 할거하고 있다. 아직도 연평도는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있는 지금 지난 24일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 협상 타결의 쾌거를 발표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이번 한국과의 FTA협정은 미국의 수출액을 110억달러로 늘리고 7만(American jobs)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획기적인 협정의 성과라고 덧붙였다.

G-20 회담에서 쓴 잔의 고배를 마시고 돌아온 미국 대통령이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앞으로 한동안 한국 정치판은 한미 FTA 협정을 둘러싸고 다툼의 격투장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북한 도발사건은 자유무역협정(FTA)의 전쟁시대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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