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왕의 연설 (The King’s Speech)

2010-12-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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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왕의 연설 (The King’s Speech)

대영제국 박람회에 참석한 말더듬이 알버트 왕세자(콜린 퍼스)가 대국민 연설을 하느라고 애를 쓰고 있다.

★★★★½ (5개 만점)

영국 조지 6세와 언어치료사 간의 우정
실화 바탕 각본·연출·연기 모두 좋아

2차 대전 직전 본의 아니게 영국의 왕이 된 말더듬이 조지 6세와 그의 괴짜 언어치료사 간의 관계와 우정을 그린 준수한 영화로 모든 것이 거의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지적이요 감동적이며 잘 생긴 작품이다.


실화인 내용과 함께 각본과 연출과 연기와 의상과 세트를 비롯해 음악 등 모든 것이 훌륭한 영화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감정적 흥분과 함께 풍부한 유머를 잘 섞은 재미 만점의 흥미진진한 고급 상품이다.

작품상 등 여러 부문에서 내년도 오스카상 후보로 올라갈 영화로 작품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남우 주조연과 여우 조연 그리고 감독 및 각본상 등에서 후보로 오를 것이다.

영화는 1925년 영국 왕 조지 5세(마이클 갬본)의 아들로 심한 말더듬이인 알버트(콜린 퍼스)가 런던에서 열리는 대영제국 박람회 개막식에서 전국에 라디오로 중계되는 연설을 제대로 하려고 무진 애를 쓰나 치욕적으로 실패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조지 5세가 죽고 에드워드(가이 피어스)가 왕위를 승계하나 그는 국정보다 사교생활을 더 즐기는 스타일로 미국 여자로 이혼녀인 심슨 부인(이브 베스트-그가 에드워드를 종 부려 먹듯 하는 장면이 재미있다)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포기하면서 알버트가 형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알버트가 말더듬이라는 사실. 당시는 라디오와 뉴스필름이 막 유행할 때로 과거와 달리 왕의 말과 행동이 이들 매체를 통해 전 국민에게 삽시간에 전파되던 때. 그러니 알버트의 고민이 보통 큰 게 아니다.

알버트가 조지 6세로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 어떻게 해서든지 말더듬는 것을 고쳐 놓겠다고 발 벗고 나선 사람이 그의 현명하고 강단 있는 아내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카터). 엘리자베스는 이리저리 수소문 끝에 호주에서 이민 온 실패한 연극배우(특히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를 좋아한다)로 독특한 치료법을 쓰는 라이어넬 로그(제프리 러쉬)를 찾아낸다.

이어 영화는 거의 끝까지 치료하는 라이어넬과 치료를 받는 알버트 간의 그리 평탄치 못한 관계의 얘기로 채워지는데 아주 인간적이요 우습고 또 감동적이며 재미있다.


괴짜로 원기 왕성하고 허세를 부리는 지독히 서민적인 라이어넬은 우선 알버트에게 서로 이름을 부를 것과 동등한 입장에서 만날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그리고 그는 알버트를 ‘버티’라고 부른다.

그리고 라이어넬은 알버트에게 맹렬한 성대운동을 시키고 아마추어 심리요법을 쓰면서 치료에 들어간다.

라이어넬은 알버트에게 속이 타면 상소리를 마구 내뱉으라고 종용, 알버트가 잇달아 F자 상소리를 하는 바람에 이 영화는 현재 R등급을 받았다(영화의 배급사인 와인스틴사는 현재 이에 대해 재심을 요청한 상태다).

지성이라면 감천이라고 마침내 알버트는 심하게 말더듬는 것을 고치는데 마지막은 왕이 된 그가 방송국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대 독일 선전포고를 하는 연설장면으로 끝난다.

연설문을 읽는 알버트 앞에서 라이어넬이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알버트를 리드하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적이다.

퍼스의 차분하고 무게 있는 연기와 질풍노도 같은 러쉬의 연기가 좋은 대조를 이루고 본햄 카터도 절제된 연기를 썩 잘한다.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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