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이 눈부신 공상과학영화

2024-09-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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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이 눈부신 공상과학영화

지하세계의 ‘잔 다르크’인 마리아가 노동자들을 이끌고 지상세계의 압제에 대해 봉기하고 있다.

독일의 명장 프리츠 랭(영화 ‘M’ 감독)의 야심만만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이 눈부신 공상과학영화이자 도덕극이다. 자식의 부모에 대한 반란과 로맨틱한 사랑 그리고 억압받는 노동계급과 인간을 비인간화하는 기계문명에 대한 황홀하고 독창적이며 스케일이 크면서도 감정이 충만한 20세기 영화의 초석 같은 작품으로 무성영화다.

작품의 무대는 미래의 도시. 산업가 요한 프레데르젠(알프레트 아벨)이 지배하는 도시의 지상은 풍성한 정원과 마천루가 촘촘하게 선 낙원과도 같은 곳. 이에 반해 지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기계처럼 노동하며 절망적인 삶을 사는 슬럼이다. 지하에 사는 정열적인 마리아(브리기테 헬름)는 민중들에게 구세주 같은 인물이 나타나 우리들을 구원해줄 것이라고 예언한다.

구세주로 판명된 사람은 요한의 감수성 예민한 아들 프레더(구스타프 프뢸릭)로 그는 마리아를 사랑하고 또 비인간적 대우를 받는 지하 인간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아버지에게 거역한다.


한편 지상에서는 미친 과학자 C.A, 로트방(루돌프 클라인-로게)이 자기가 잃은 사랑하는 사람을 대체할 여자 로봇(브리기테 헬름)을 만드는데 이 것은 인간과 기계의 구분을 애매모호하게 하는 현대인간의 기계에 대한 집착을 상징하고 있다. 그리고 지하세계로 내려간 프레더는 마리아와 함께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지하인간들을 기계와 노역으로부터 해방시킨다.

표현주의 흑백촬영이 불길하니 아름다운 영화로 기독교 신앙과 독일의 낭만주의 그리고 모더니즘과 막시즘의 요소를 고루 담고 있는 감정적이요 정치적이며 또 사회성 강한 뜨거운 고전걸작이다.

이 영화는 1927년 베를린 개봉 이후 여러 차례 난도질을 당한 채 가끔 재 상영됐는데 2000년대 초에 남아있는 오리지널 필름(랭의 원작 중 일부는 영구 분실됐다)을 바탕으로 새 디지털 기술로 복원했다.

복원판은 가장 원작에 충실한 작품으로(상영시간 147분) 독일어 인터타이틀을 새로 영역했고 또 원작의 음악을 작곡한 고트프리트 후페르츠의 음악도 스테레오로 새로 녹음했다. 필견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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