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령도에서 온 메일 2

2010-12-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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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병 임(논설위원)
지난 5월 ‘백령도에서 온 메일’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를 폭격하자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3월에 백령도로 자원해 들어간 국어선생 친구가 걱정되었다.인천 연안부두에서 연평도는 뱃길로 2시간 20분, 백령도는 4시간 30분 거리로 두 섬이 모두 북한땅과 지척이다. 사건 당일 먼저 연락하기 전에 친구로부터 메일이 왔다.오후에 모의고사 시험 감독 중 간간히 들려오던 포소리가 그냥 일상의 훈련이려니 했는데 실제
상황이라니. 학생들 집에서는 애들 어떻게 되는 거냐 전화가 빗발치고 애들은 시험 보다가 귀가조처, 교사들도 하던 일 멈추고 대피하라는 명령이 내리자 아찔했다.

백령도에서 10여 Km 앞에 있는 북한산 장산곶 대포문이 모두 백령도를 향해 열렸다는 여단의 연락을 받고 모두 관사로 생필품을 꾸려 방공호로 대피, 육지 몇 분 샘들께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을 보내와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채 못드신 선생들 책상마다 놓인 것은 대피소 비상식량이 되어 방공호로 직행..... 학교 휴업령이 내려오고 모두 밥맛을 잃어 단체로 방공호 앞 공터에서 컵라면에 물 부어 허기를 달래고 방공호에는 컵라면 100개와 몇 생필품을 수퍼 문 닫기 전 학교 상조회에서 구입해 쌓아놓았다. 방공호는 거미줄에 온갖 날벌레들이 날고 음습하고 낮은 기온에 괴로워하던 차 밤10시 넘어서야 사이렌이 울리면 신속히 방공호로 복귀할 것을 전제로 관사로 돌아왔다. 관사 주변 해병 주둔지는 전체 소등으로 컴컴하고, 표적이 될까봐 불도 켜지 못하고 입은 옷 벗지도 못하고 얕은 잠을 자며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이곳 백령도는 전쟁직전 통합방위 을종사태다.” 이 판국에 연평도를 방문한 국회의원들의 언행이 국민들을 통탄케 한다.

24일 연평도 피폭 현장을 방문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검게 그을린 쇠통 두 개를 들고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 여기에 바로 떨어졌다는 이야기인데...”하고 말하고 현지주민은 “포탄 아니야 상표 붙은 것 보니 보온병이네.” 이 무슨 코미디인지? 같은 날 현장을 방문한 인천/연평도/백령도 관할 광역자치단체장인 송영길 인천시장은 연평도의 한 가게 앞에서 폭격으로 그을음을 뒤집어쓴 소주병들을 보며 “이건 폭탄주 같네, 폭탄주..”라고 말하고 옆에서는 낮은 웃음소리까지 들린다. 산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서있는 바로 옆 논에 포탄이 떨어지고 졸지에 전 재산을 잃고 겨우 생명만 보존한 채 보금자리를 떠나야 했던 연평도 주민들, 1,000명이상이 인천으로 피난을 간 참혹한 현장에서 이게 할 말인가? 아니면 안상수와 송영길 모두 군 면제자라서 국방에 대한 의무와 책임감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건가?

안그래도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부터 네티즌 사이에는 정치인 군 면제자 명단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국가 안보를 다룰 최고기구 고위 공직자들이 대부분 병역 면제자이다. 정부는 연평도 피해주민 지원특별법을 아직도 궁리 중이고, 계획 중이고 아무것도 신속시행 되지 않고 있다.지난 1일 미주탈북자선교회, 백범기념사업회, 뉴욕광복회 관계자들이 유엔 북한대표부 빌딩 앞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비난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한국일보와 대뉴욕지구 한인교회 협의회는 연평도 주민돕기 성금모금 운동을 전개 중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 검은 연기가 올라가는 연평도 사진을 바라보며 속수무책으로 있다. 지금도 출근길마다 여전히 전시 보따리를 매고 학교에 가서 언제라도 방공호로 뛰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백령도 친구는 아직도 2년이상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오늘 같은 시대에 정말이지 ‘너 후회하지 않니?’ 하고 묻고 싶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과 재산은 누가 지켜 주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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