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크리스탈 볼은 어디에?

2010-12-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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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셀러는 말한다. 연휴시즌이 돌아와서 바이어들이 많이 집을 찾지 않는 때이니 잠시 리스팅을 거두지요. 내년 봄에는 아무래도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지 않을까 합니다. 더 높은 가격에 다시 시작할 겁니다.

바이어는 매일 전화하며 걱정이다. 결단을 내리기가 아무래도 쉽지 않은 듯하다. 경기가 내년에 바로 풀릴 것 같지는 않고 따라서 본인이 이번에 에스크로를 닫고 집을 산다면 내년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내년에는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걱정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만물은 급진적인 변화에 대하여 저항한다. 검증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변화는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오르면 내리고 떨어졌다가는 다시 오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이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언제 역전될지 조마조마한 것은 운동경기를 볼 때나 재미있지 사람들은 변화를 본능적으로 두려워한다. 오르는 때는 계속 오를 것 같고 떨어질 때는 계속 떨어질 것 같은 생각과 판단이 훨씬 안전하다. 바이어는 실제로 살 능력이 되지 않는 것과는 별도로 여전히 계속 떨어질 것 같은 부동산 가격이다.


변화에 대한 저항에 덧붙여 인간에게는 희망과 원함이 있다. 제발 경기가 풀리고 집값이 오르기를 기원한다. 가격이 오르리라는 여러 가지 경제 지표들에 매달린다. 실업률이 조금만 낮아져도 소비자 신뢰지수가 반짝 상승했다는 소식에도 민감하다. 급기야 더 이상 떨어질 수는 없겠지라는 주관적인 저항선까지 설정한다. 계속해서 더 떨어질 것만 같은 바이어, 이제는 오르겠지라는 셀러 어느 쪽이 옳을까?

현 주택 소유자와 무주택 소유자의 약 68%는 지금이 집을 사기에는 최적기이다. 그리고 약 29%가 사기에 나쁜 때이다. 그리고 약 85% 정도가 집을 팔기에 부적절한 시기라고 대답했다. 최소한 올해 9월까지의 사람들의 생각이었다(패니매 발표).

많은 바이어들이 집을 사기 좋은 때라고 생각하면서도(68%), 아직 경기 회복이 뚜렷하지 못하고 또 높은 실업률 때문에 여전히 불안하다(29%). 반면에 더 많은 비율의 셀러들이 지금 집을 파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도 확신이 없음을 보여주는 통계치이다.

올해 10월의 세일 결과는 사람들의 이러한 생각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 전 달에 비하여 중간가(median price)는 1.8% 하락, 세일 수는 3.5% 하락하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에 비해서는 여전히 가격은 2.3%정도 높을 뿐만 아니라 12개월 동안 연속 상승세 끝의 시즌으로 인한 일시적인 하락이라는 분석이다. 단지 작년에 비하여 약 20% 가량 세일 수가 하락한 것은 작년의 정부의 부양책의 효과가 올해 말에는 없기 때문이다.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지는 않으면서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 시장이다. 가격이 하락하며 사는 사람이 계속해서 줄어들면 가격은 떨어진다. 가격이 계속 오르기 위해서는 사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지금 결국 셀러도 바이어들도 경기에 대한 확신이 없고 이는 부동산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보아진다.

물건을 사고 팔 때는 어느 한 쪽의 행복은 다른 한 쪽의 불행이 정설이다. 비싸게 팔면 비싸게 사는 편의 불행이요 싸게 사면 싸게 파는 사람의 불행이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행복한 셀러도 행복한 바이어도 없다.

내년에 가격이 약 2% 정도 오르리라는 캘리포니아 부동산 협회의 발표가 있고 또한 미미하나마 작년 대비 올해는 계속해서 꾸준하게 집 가격이 올랐으니 이대로 내년 부동산 시장이 점차 안정되리라는 업계와 전문가의 예측마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지 않는다. 경기의 회복 수준과 강도에 따라서라는 단서 외에 여전히 크리스탈 볼을 찾을 길이 없다.

지금은 반드시 사야 할 때입니다. 아니요 지금 가격을 맞추어서 파는 것이 어떨까요? 라고 시장의 향방을 제시할 수 있는 내년의 부동산 시장을 기대한다.
(818)952-4989 sunnyms@pacbell.net


서니 김
<리맥스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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