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010-12-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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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클럽

올해 지난 6월 초 가족과 함께 고국방문을 하였다. 근 10여년만의 귀국이어서 지난해부터 매달 귀국 일을 점검할 정도로 마음이 설레었다. 큰 딸이 대학교를 입학하고 난 뒤여서 집안 어르신들께 인사도 드려야 했고, 늦게 태어난 둘째딸은 처음으로 대한민국, 고국 땅을 밟는 것이어서 이래저래 고국방문에 대한 기대는 나름대로 컸었다.

서울에 도착한 첫날 강남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하는 순간, 필자는 이미 동서남북의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시청이 어느 방향이고 북한산이 어느 방향인지 마치 시골 닭이 장날에 나온 것처럼 앞뒤 모르고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그만큼 서울은 엄청나게 바뀌었던 것이었다. 수많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청계천 고가도로가 이미 사라졌고 시청 앞은 잔디공원이 들어섰고, 이름도 모를 도로들과 건물들이 십년 만에 귀국한 LA 촌놈을 더욱 촌스럽게 만들고 말았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그 지나간 십년은 내 기억 속에서는 고스란히 예전의 모습으로만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LA의 올림픽 거리는 필자가 미국에 처음 이민 온 십육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길이랑 건물이랑 모두 다 거의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었으니 당연히 서울도 그대로라고 생각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말았다.


한달 전쯤 집을 구하는 고객에게 좋은 집을 찾아서 예약을 하고 고객과 함께 그 집에 도착하고 보니, 집 앞에서 리스팅 에이전트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바이어의 에이전트가 고객을 모시고 집을 보여드릴 때에는 셀러의 에이전트, 즉 리스팅 에이전트는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관례여서 그 시간에 준비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친절하게 간단한 안내까지 해주고 적절하게 자리를 비켜주는 예의가 맘에 들어서 좋은 호감을 가지고 그날의 쇼잉(ss=howing)을 적절히 마쳤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그 에이전트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십여년전 부동산시장이 활황기였던 시절, 필자가 일하고 있는 이 곳 발렌시아 지역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몇몇 유명한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고객매물의 80% 이상을 담당하면서 이 지역을 호령하고 있어서 그 탑 에이전트들의 얼굴은 누구나 서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힘들어지고, 정상적인 매물 보다는 숏세일과 REO 매물들이 더 많이 나오기 시작한 2008년 초부터 그동안 이름이 없었던 수많은 미국 에이전트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하여 매물 하나둘씩 맡아 소규모로 활약하다 보니 얼굴을 잘 모르는 에이전트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무심결에 그냥 그 에이전트와 몇 마디 말을 나누고 돌아왔는데 오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문득 생각이 났다.

아하! 그 에이전트가 예전에 그 유명세를 떨치던 그 에이전트였구나. 근데 세상에… 저렇게 늙어 버렸단 말인가? 5년 전의 그 듬직하던 체구는 거의 반으로 줄어들었고, 둥글면서 하얗던 그 얼굴이 살이 빠지고 난 뒤여서 그랬는지 온 얼굴이 주름살이 가득했고, 얼굴색까지 검게 바뀌어서 전혀 필자가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앞머리까지 많이 빠지고 희끗희끗 흰머리로까지 대부분 바뀌었으니, 나이가 20년은 더 들어보였던 것이었다. 부동산 경기 불황의 단 5년이 그렇게 건강하고 보기 좋던 사람을 저렇게 몰라볼 정도로 늙게 만들어 버린 것인가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러면서 필자도 백미러로 자신의 얼굴을 몇 번이고 살펴보았다. 매일 아침 세면대 거울에서 보는 얼굴이어서 그 변한 추이를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십여년 전보다 살이 많이 붙어 있고 주름도 여기저기 보이고 흰머리도 눈에 많이 띈다. 부동산이 불황이어서 걱정을 많이 하느라 더 늙어 보이는 것이 분명하다. 에고! 세월을 어찌 피해 가랴마는 걱정과 근심이 더 나이 들어 보이 게 하는 게 틀림이 없겠다.

그렇지만 지난 5년간 부동산 불황의 골이 많이도 깊었다. 골이 깊으면 그만큼 산도 높을 것이니 이제 곧 부동산 호황기가 바로 시작이 되면 그 호황기도 꽤 오래 갈 것이 분명하다. 지난 몇 년의 근심걱정을 앞으로 다가올 몇 년의 밝고 환한 웃음으로 다시 바꾸어 그간 잃어버렸던 젊음을 다시 보상받아야 한다는 생각만 가슴에 가득하다. (661)373-4575


제이슨 성
<뉴스타부동산
발렌시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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