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은 전쟁중이다

2010-12-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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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주 영(주필)
연평도를 무참히 공격한 북한의 반인륜적인 포격사건 이후 지금 한국은 온 나라가 시끌법적 야단이다. 사건발생 1주가 지난 지금까지 한국의 신문, 방송들은 연일 이 사건에 대한 보도로 떠들썩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서 왜 좀 더 진작 지도자와 국민들이 단합해서 경각심을 갖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 북한이 만약 앞으로도 재공격을 시도해 온다면 정말 남한은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어느 국가건 힘이 약하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북한의 포격사건은 힘이 약한 국가는 꼼짝없이 당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북한은 벌써부터 이번에는 남한의
아성인 ‘서울’을 공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상대방이 약해 보이면 강자쪽에서 언제나 우습게 여기고 못살게 구는 것은 어린아이 세계에서나 마찬가지다.

적의 공격은 규모에 상관없이 내가 죽느냐, 상대가 죽느냐 하는 엄밀히 말해서 전쟁이다. 그런데 남한은 이번 북한의 도발에서 허술한 대응으로 국가안보를 강력하게 지켜야 하는 칼자루를 놓친 꼴이 되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말바꾸기 일쑤이고 두 정당은 서로 제 주장을 하기 바쁘고 국민들도 생각이 제각각으로 나라 전체가 혼란스럽다. 심지어 어떤 네티즌 중에는 북한이 쏜 포격이 내 생일을 축복해 준 것이라 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막강했던 로마제국의 멸망은 사회적인 타락상도 원인이었지만 세습으로 약해진 황제의 지도력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의 위기시에는 이유여하를 떠나 대통령의 확실한 지도력을 중심으로 여야가 따로 없고, 국민이 모두 일치단결하여 적의 공격에 대비하고 공격시 분쇄하는 그런 분위기가 돼야 한다. 대통령은 이순신 장군과 같은 결연한 의지와 용맹성, 자신감으로 나라의 수장으로서 국민들에게 굳건한 신뢰감을 주어야 마땅하다.

미국이 한국과 혈맹으로 있는 한, 한반도에 확전은 사실상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사건이 터지고 할 때마다 때늦게 보복, 대응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 답답하다. 무엇보다 한국의 문제는 일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사고방식이라고 본다. 일치단결해도 모자라는 판국에 천안함사건 때만 해도 북한의 공격이 아니라며 유엔에 재조사를 촉구하는 어이없는 부류도 멀쩡히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에 군인이 죽고 무고한 민간인이 사망하고 섬전체가 불바다가 되어 타오르던 연평도 포격사실은 어느 누구도 북한의 소행임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이에 이의를 달고 있는 정당의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있다는 건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의 안일하고 해이해진 기강은 더 더욱 큰 문제이다.

사건이 터진 후에 떠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아무리 규모가 작더라도 일단 적의 공격이 들어오면 그에 상응하는 반격으로 확실히 대응하고 봐야 한다. 어느 국가든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다. 한국은 그동안 짧은 기간내에 부흥한 경제기적을 이루면서 풍요속에 살아 왔다. 그러나 나라를 지키겠다는 국민들의 각오는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전쟁중이다. 그런데 역사적 배경은 다 무시된 채 넋나간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
다는 건 좀 생각해볼 문제다. 이들은 나라의 국기인 태극기를 마다하고 엉뚱하게 무슨 한반도기를 쓰겠다고 하고, 애국가가 아닌 통일의 노래를 애국가라 하고, 어느 지역에서는 이번 연평도 사건이 북한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 와중에 남한이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들이 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가. 그들은 지금 어느 나라 땅에 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당신들이 살고 있는 한국땅이 또 다시 적의 공격을 받고 당신과 당신가족이 불바다가 된 적의 포화속에서 죽어간다 해도 그런 소리를 할 것인가. 지금은 어떠한 말도 이유가 되지 않는다. 나라가 적의 공격을 받고 있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무조건 온 국민이 하나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막무가내 북한의 도발에서 나라를 지켜내기 어려울 것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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