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 교환의 불륜

2010-11-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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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전 3,000년쯤 나타난 인류 최초의 돈은 암소(cows)였다고 합니다. 사람이 농경사회를 이루고 보니 노동력도 되고, 양식도 되고, 젖도 나오고, 새끼도 낳는 암소가 재물의 가치 기준이 되었다고 보겠습니다.

그 이전 사람들의 물물교환은 상상력을 발휘해서 구성하면 대강 이런 것이었다고 합니다. 어떤 농사꾼이 옥수수를 가지고 사냥꾼 집으로 가서 짐승가죽으로 만든 신발을 바꾸어 옵니다. 그러나 그 사냥꾼에게 아직 넉넉한 옥수수가 있는데 농부가 다시 옥수수를 들고 신발을 달라고 하면 사냥꾼은 옥수수보다는 신발을 꿰맬 바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그 옥수수를 가진 농부는 대장장이를 찾아가서 자기의 옥수수를 바늘로 바꾼 다음, 사냥꾼에게 가서 그 바늘을 주고 신발과 바꾸게 됩니다. 좀 복잡한 거래입니다. 그래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물건, 즉 암소가 화폐의 가치를 지니고 등장하게 됩니다. 곧 이어서 금, 은, 꿀, 기름, 소금 따위가 교환가치의 돈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런 원시적인 거래에도 양측이 서로 상응하는 적정가치를 맞바꾸는 게 원칙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오늘날도 물물교환 형태에 의존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북한입니다. 북한은 자본주의 도입을 꺼립니다. 시장을 열어야 하고, 국제 은행자본이 유통되어야 하고, 자유무역이 이뤄져야 하는 자본주의는 국민들을 통제의 울타리 안에 가둬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물물교환 형태의 국제거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국가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상국이 점차 중국 하나로 좁혀졌습니다.


그 틈에 중국 상인들은 북한으로부터 정도 이상의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합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 연초 중국 상인들은 극도로 양식이 부족한 북한에 쌀을 싣고 가 중국 현지가격의 서너 배를 불렀고, 그 대신 북한의 광산에서 채굴한 광물들을 국제시가의 3분의1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가져갔다고 합니다. 선사시대에도 없었던 교환 불균형이 북한과 중국간 무역현실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거래는 윤리 부재의 수탈 수준이므로 ‘교환의 불륜’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중국이 계속 북한을 감싸는 것은 정치, 군사적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마음대로 수탈이 가능한 북한을 세계시장에 내놓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연전에 북한 정권은 중국의 지나친 교환가격 책정과 거기에 따른 북한 관리들의 부정이 드러나 대대적인 숙청이 있었고 끝내는 화폐개혁이라는 악수를 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안간힘을 기울이는 이유가 국방 문제에 국한돼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런 억울한 교환을 확실하게 극복하기 위해, 한 번에 막대한 교환가치가 매력적인 물건으로서 핵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 북한문제에 알은 체 하려는 게 아닙니다. 좀 더 진정성을 가지고 북한이라는 내 반쪽 나라를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굶주리는 나라 형편에도 도발을 저지르고, 핵무기 개발이라는 악수를 두고 있는 북한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하겠습니까? 북한을 단순히 3대 세습이나 노리고, 국제적인 문제아로만 보아서는 해결의 길이 없을 것입니다. 체제상 자본주의를 채택할 수 없는, 그래서 결국 핵을 선택하게 된, 결코 바보가 아닌, 그런 내 형제를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꼬여만 가는 남북한 문제를 우리 해외 한인들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어떤 실마리를 찾아 줄 수는 없는 것일까요?


송 순 태 (카라미션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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