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긴박했던 사흘

2010-11-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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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동 석 (한인유권자센터 상임고문)
22일 새벽 2시였다. 학교 기숙사에서 시험공부에 열중이던 아들로부
터 온 전화였다. 잠자고 있을 때가 아니니 당장 AP통신 웹사이트를 열어 보라는 것이다. 북한의 공격으로 연평도가 불타고 있는 장면을 알려 주었다. 새벽에, 기숙사에 있는 아들의 전화를 받은 아내의 놀람은 잠깐이었고 우리는 불타는 연평도를 보면서 경악했다. 그동안 미국서 살면서 한반도의 긴장국면은 반복해서 겪었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민간 마을이 불타고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가?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뉴스를 종합해서 결론을 내렸다. 가장 민첩하게 움직여야 할 곳이 미국정부다.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와 보호가 국면을 진정시키기 때문이며 만에 하나, 전면전이면 모든 지휘권은 미국의 몫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입장과 뜻을 행정부와 유력정치인이게 신속하게 알리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4, 5년 동안 바로 이것을 반복해서 경험했다. 미국이 어떠한 침략과 공격으로부터도 한국을 보호하도록 하는 일은 미주한인들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이고 책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국의 정치권을 움직여서 연평도를 공격한 북한의 침략적 만행을 가장 먼저 강력하게 규탄하고 비난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신속하게 그동안 한인들과 친밀감을 갖도록 해서 잘 사귀어온 유력한 연방정치인들에게 문서(성명서)를 만들어서 알렸다.

‘미국의 시민인 한인들(Korean American)은 다수의 사상자를 낸 북한의 연평도 공격행위를 강하게 규탄하며 비난한다’고 했고, 이번 ‘북한의 만행은
곧 미국을 공격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미국의 시민인 한인들은 미국이 북한에게 ‘모든 호전적인 침략행위를 중단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화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연방정치권에 북한에 대한 한인들의 입장을 “최근 밝혀진 비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등 북한의 일련의 호전적 행위는 단지 동북아시아 지역의 긴장감만 고조시킬 뿐이지 북한에게 미국, 한국 그리고 인접한 국가와의 회담장에서 어떠한 우월한 지위를 부여할 수 없다” 그리고 “민간인에 대한 공격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 되거나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라고 “폭력은 더 비참한 폭력을 유발할 뿐이지 어떤 문제의 해결책도 죌 수 없다”란 입장을 전달했다.


이런 긴급한 편지는 상, 하원의 민주, 공화 양당의 지도부와 외교위원회, 국방위원회에 속한 의원들과 특히 한인밀집지역을 지역구로 하는 의원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했다. 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연방 의회내 거물급들이 연속해서 성명서를 냈다. 상원에서도 공화당대표인 ‘미치 맥코넬’을 비롯한 의원들이 한국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한인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위로의 메일을 받기도 했다. 워싱턴DC내 이너서클에서의 역할이 있었겠지만 정말로 신기할 정도로 작동이 되었다. 한인들의 결집된 정치적인 목소리 덕분이다.

워싱턴 주의 4선 상원의원이 된 신호범씨는 미국내 한인정치인으로서는 가장 성공한 케이스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이란 정체성을 명확하게 한다는 것으로 더욱 더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1992년 백악관에 입성한 빌 클린턴 대통령은 신임 주한미국 대사직을 염두에 두고서 신호범씨를 인터뷰 했다. 클린턴은 “한국과 미국간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 어느 편에 서겠는가?” 라고 물었다. 신호범 의원은 “어머니와 아버지 가운데 누구를 택하라고 물으십니까?” 라고 답했다. 한국계 미국시민들에게 가장 큰 교훈이 되는 메세지다.
미국과 한국은 서로 긴밀한 관계가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 것이고 오직 평화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간의 긴밀한 관계에서 나오는 힘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만드는 일은 미주한인들의 숙명적인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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