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에 대북정책은 존재하는가

2010-11-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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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북한이 최근 영변지역에 조성한 경수로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면서 북미관계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3차 핵실험을 전제하며 핵위기로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해 미국과의 협상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적 핵개발이 재가동된 셈이다. 북한을 방문한 지그리드 헤커 핵전문가는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비난하며 핵무기를 동원해 핵억지력을 지속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공개된 내용에 의하면 영변 경수로의 우라늄 농축 설비에 2천개의 원심분리기가 구축되어 핵무기 원료로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을 연간 최대 40kg까지 농축할 수 있는데 이는 매년 한개의 핵폭탄 제조를 가능케 하는 용량이다.

더욱이 고농축 우라늄은 제3국이나 테러집단에 운반이 용이한 바 미국의 핵확산 방지구상은 다시 한 번 위기를 맞게 되었다. 북한이 핵개발의 전략적 모델로서 오직 영변핵시설만을 공개해 왔기 때문에 비공개 지역의 핵시설들을 추정할 경우 북한의 핵개발 능력은 훨씬 높을 수 있다. 이로써 핵포기시 북미관계의 개선은 물론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의 기존 정책은 북미관계의 정상화가 비핵화에 선행해야 한다는 북한의 전략에 맞물려 다시금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게 되었다. 더욱이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시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은 그 전략적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라크전의 종전을 계기로 오바마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동북아로 선회했다. 무엇보다 동북아 안보위협에 중심인 북한문제 해결이 급선무가 된 것이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으로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오바마정부 출범의 핵심사안들은 뒤로 밀려난 채 북한문제에는 대화와 타협이 아닌 강경정책이 기조를 이루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왔다. 더욱이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한미군사합동작전을 실시함으로써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마저 자극하게 된 것이다. 오바마정부가 유화정책을 지속시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대북강경정책을 고수하자 북한은 2차 핵실험은 물론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스스로 안보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되었다. 이에 오바마정부는 핵태세 보고서(NPR)를 통해 북한에 핵선제공격을 시사함은 물론 테러국가
명단에 올릴 것을 재고함과 동시에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최근들어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한미군사합동훈련으로 한반도에서 긴장감이 고조되자 북한은 영변핵시설의 재개와 더욱 발전된 핵무기 제조능력을 공개함으로써 스스로 안보위기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만일 오바마정부가 동북아 안전의 차원에서 북한문제를 풀려한다면 대북정책에 대한 근본적이며 장기적인 정책라인부터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중국 및 북한 과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여 다양한 교류를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결국 북한 스스로가 체제를 개방하고 교류하는 정상국가가 됨으로써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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