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귀한 선물

2010-11-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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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자유기고가

추수의 계절, 감사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해마다 감사를 다시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이 시간은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다. C. S 루이스는 인간이 배가 고픔을 느낀다는 것은 이 세상에 먹을 것이 있다는 증거라고 하였다. 인간이 영원을 갈망한다는 사실이 신이 있다는 증거라고도 하고… 감사도 그렇게 필요한 것이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감사가 거의 필수인 것 같다. 감사가 없는 인생은 참된 인생이 아닐 것이다. 집에서 키우는 개도 그 주인을 따르는 것이 무언의 감사 표현이 아닐까 한다. 그 개에게 충성이 없다면, 즉 나름대로의 감사가 없다면, 그 주인집에 존재할 이유도 가치도 없을 것이다. 그런 개는 야생의 개가 되어 스스로 살아 갈 수는 있겠지만, 더이상 개가 아닌 늑대나 들개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리고 사람과 더불어 사는 개는 아닐 것이다.

인간이 인간이려면, 그래서 감사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이 계절은 자신에게 무엇인가 감사의 조건이 되는 것을 제공한 사람,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주관하는 보이지 않는 창조주에게 그 감사를 표현하는 절기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런 감사를 표현할 때, 그 감사를 받는 이는 감사의 뿌리이자 근원을 같이 나눌 수 있게 된다. 감사의 표시로 나누는 물질도, 그 물질의 값어치도, 그 감사의 진면목이 아니다. 감사의 근원, 진면목은 무엇인가. 나이가 100세 가까이, 혹은 100세 이상의 양로원에 기거하는 노인들에게서 그 감사의 뿌리를 느낀다. 간혹, 그들의 신체적 통증을 덜어드리기 위해 그 분들
을 찾아가지만, 실제로 나이든 그들의 고통은 침 한 두 차례로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그들과 마음을 나누고, 가슴으로 같이 울고, 웃는 것이 더 귀한 치료제임을 느낀다. 그들은 시간을, 그리고 외로움을 같이 나누어 주는 데 대해 마음으로 감사를 느끼는 것 같다. 내가 감히 그 감사를 받을 자격은 없지만, 그들의 마음이 고마워서 기쁨으로 받는다

가끔 마음을 표현하는 귀한 선물을 받는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고, 볼 때마다 내게 치료비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로원에서 그들에게 나눠 주는 제법 두꺼운 휴지가 있다. 그것을때마다 간직해 두었다가, 몇 십장을 모아 둘둘 말아 손에 꼭 쥐어 준다. 내게는 딱히 필요 없는 휴지들이지만, 필요 없다고 할 수 없기에 감사하게 받는다. 그러면 그들은 기뻐한다. 그 안에는
사랑이 있다. 그것이 감사의 뿌리이며, 결과임을 느낀다. 감사의 계절에는 사랑을 하는 것이, 그 사랑을 다시 느끼고 그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것이 감사가 우리에게 주어진 이유가 아닐까. 형제에게, 그리고 주위 친구와 이웃들과 감사를 주고 받는 데서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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