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음 이야기 - 아는 것이 믿는 것

2010-11-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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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섬기는 목양 교구에서 매달 한 번씩 전도 사랑방 모임을 가진다. 초청된 비신자들은 자유롭게 무엇이든 질문할 수 있다. 때로 황당스런 질문도 나오지만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다. 최근 한 참석자가 물었다.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압니까? 가본 사람이 없잖습니까?”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렇게 의문스러워하는 것 자체가 내세의 존재를 예고하는 뚜렷한 증거입니다. 양심껏 선하게 살려는 우리 안에는 이미 천국과 지옥이 꽉 차 있습니다.”

이 땅은 천국과 지옥으로 가는 길목의 임시 정거장이다. 누구든 아담 대신 예수님을 뒤따르지 못하면 아무리 선행이 많아도 지은 죄를 씻지 못한다. 인류의 구원문제는 결국 ‘한 대표자’에 달려 있다. 세상 일에도 이 대표성의 원리는 비슷하게 적용된다.

국민의 대표자인 대통령을 누구로 뽑느냐에 따라 전 국민이 고통을 당하거나 안녕을 누린다. 가장이 어떤 사람이냐가 한 가정의 운명을 좌우한다. 당신의 대표자는 누구인가. “한 사람이 순종하지 아니함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 된 것같이 한 사람이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롬 5:17-19). 아담의 모든 자손들은 한 분 예수님이 이루신 대속의 진리를 믿지 않고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끝내 거부한 죄 때문에 지옥 간다.


관계 회복의 기초는 ‘서로 아는’ 것이다. 하나님을 대통령이나 연예인을 알듯 일방적으로 막연히 아는 것과 나의 개인적인 창조주요 구원자로 아는 것은 다르다. 지성과 감정, 의지가 동원된 전인격적인 앎이 중요하다.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나의 죄인 된 정체성을 안다는 것이며, 죄의 삯인 죽음에서 영원히 나를 건져줄 구원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유일한 구원자가 예수님이며, 그분에게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앎의 열매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때부터 하나님도 그를 알아주신다.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면 그 사람은 하나님도 알아주시느니라”(고전 8:3). 그는 최후 심판날에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마 7:23)는 말을 듣지 않고 영생을 얻는다. “영생은 곧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가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니이다”(요 17:3).

하나님이 온 세상의 창조주요 거룩한 심판주이심을 알면 내가 얼마나 큰 죄인인지를 깨닫고 회개하게 된다. 예수님을 통해 구원을 약속하시는 그분의 말씀에 전적으로 의탁하려는 믿음 또한 자연히 생겨난다. 예수님 외에는 다른 구원의 길이 없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정하는 데서부터 참된 믿음이 싹튼다.

이 신뢰마저도 인간의 행위나 공로가 아니다. 단순히 하나님께 마음을 열고 그분의 말씀을 들을 때 믿음이 깃든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 10:17). 그때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져 죽어 있던 영혼이 즉시 되살아난다. “너희는 귀를 기울이고 내게로 나아와 들으라. 그리하면 너희의 영혼이 살리라”(사 55:3).

믿음의 굳건한 근거는 그 대상이신 하나님께 있다. 불완전한 내 결심의 강도에 있지 않다. 하나님이 신실하시기에 그분의 약속의 말씀도 영원토록 신실하다.

인간의 죄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올바른 지식 없는 믿음은 기껏해야 맹신이거나 신비주의에 불과하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우리가 알고 믿었노니 하나님은 사랑이시라”(요일 4:16).


안 환 균 <사랑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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