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자유주의는 재앙이다

2010-11-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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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 영 (전 언론인)
실업과 불황으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오바마 민주당 정부의 중간선거 참패도 이 것을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G20 서울정상회담도 환율, 한미 FTA등 국제적 현안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끝났다.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배설하여 놓은 후유증들이 오늘의 세계경제를 망쳐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부분 경제학자, 전문가들의 견해이다.세계적 석학이며 켐브리지대학 경제학 교수인 장하준 박사가 놀라운 진단과 처방을 내려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장교수의 견해를 담고 있는 신간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영국, 한국, 일본 등 9개국에서 곧 출간될 예정이다.

지식층 독자들이 많은 권위지 가디언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각국 지도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극찬하는 가 하면,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저자에게 점심을 한턱 쓰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완전고용을 지향하면서 자본주의의 변덕인 경기변동에도 대처하며 그런대로 번영해 왔던 계급간 타협의 수정주의 케인즈 경제학이 퇴조하면서 그 반동으로 1980년대에 등장한 신자유주의, 부자감세, 노동시장 유연화 등 친기업, 반노동의 무리한 정책 집행들은 깊은 상처를 남겼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아래 막대한 부를 챙긴 자본가, 기업인, 정책입안자 그리고 학자들이 지금까지 절대로 말하지 않고 숨기고 있는 진실들이 있는데 저자는 이 책에서 그것들을 낱낱이 들춰내고 그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다.장교수는 신자유주의가 감추고 있는 대표적인 거짓말로 FTA, 서비스 산업국가론, 감세정책, 복지정책 등 네 가지를 예로 들었다. 요약하면 자유무역협정(FTA)은 결코 자유롭지 않고 금융산업등 서비스산업국가로 선진국 되기는 아주 어려우며 부자감세정책은 나라 경제에 아주 해롭다고 단정하였다. 반면 신자유주의자
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하고 있는 복지정책은 나라경제를 살찌우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FTA에 관해서 그는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끼리 자유무역하면 서로 득을 보는 예가 많은데 초기 EU의 통합은 좋았으나 수준차이가 많은 구라파 나라들이 무역을 하다 보니 장기적으로 후진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미국과 멕시코의 경우도 그렇고 한국이 목을 매고 있는 한미FTA도 장교수의 주장으로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제조업부문 평균생산성은 미국, 유럽, 일본의 40% 미만이라고 했다. 금융업 등 서비스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리
라는 주장에 대해 그는 거짓말이라고 단호히 주장한다. 아일랜드와 아이슬랜드의 모델이 전부 망한 사실을 그는 예로 들었다. 그는 1960년대와 70년의 경제성장률이 지난 20년간 대처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시절보다 훨씬 높았다는 사례를 들었다.

마가렛 대처가 영국병을 고쳤다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선전은 사실이 아니었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그는 또 스웨덴, 핀랜드 등 북구라파 복지국가를 예로 들면서 이 나라들에서는 GDP에 대해 복지예산 규모가 엄청난데도 경제성장률이 아주 높다고 지적, 보편적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 줘 그들에게 돈을 몰아줘야 파이를 키운다는 이른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낙수효과)은 지금까지 일어난 적도 없고 일어날 수도 없다고 하였다.장교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성장률이 떨어지는 이유로 노동자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기업은 적대적 인수합병이 두려워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진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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