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 시장으로 팔려오는 영국산 돼지

2010-11-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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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G20정상회에 앞서 아시아 순방국에서 수퍼 파워 게임으로 치닫는 중국을 빼놓았다. 그리고 히말라야 산맥을 사이에 두고 군비 증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인접국가인 인도를 방문하였다.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인도의 경제도시 뭄바이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가 아이들과 함께 맨발로 힌두교 전통 춤을 추고 있는 동안 중국에서는 역사적인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었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나 무역 및 기술협력 계약을 맺고 뜨거운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영국 총리는 G20정상회의에 앞서 사상 최대의 대규모의 무역대표단을 이끌고 이틀간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영국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중국의 거대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그 중에서 영국이 가장 큰 규모의 경협을 체결한 것은 5년 동안 7000만 달러의 영국산 돼지고기를 중국시장으로 수출하는 계약이다. 21세기 영국의 무역전쟁 상품은 아편 대신 돼지고기로 탈바꿈한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서울 G20 모임에서 한미정상들이 미국 쇠고기 시장 개방의 협상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데 말이다. 이번 중국 방문 중 눈길을 끈 것은 영국 총리를 비롯해서 경제사절단 대표들이 모두 왼쪽 가슴에 붉은 양귀비꽃이 그려진 배지를 달았다. 영국에서는 1, 2차 전쟁의 치열한 전투에서 선지피를 흘리며 숨진 전사들을 기리기 위해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양귀비꽃(Poppy)을 매년 11월에 가슴에 단다고 한다. 경제사절단은 19세기 아편전쟁 때 파견된 영국해군 원정대의 오만하고 위협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양귀비꽃은 영국이 19세기 두 차례에 걸친 약탈무역 침략전쟁이었던 아편전쟁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영국은 식민지 개척으로 자본주의의 눈부신 꽃을 피웠던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역사상 가장 비도덕적인 추악한 아편전쟁이 벌어졌다. 아편전쟁은 영국이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메우기 위한 상품개발로 만들어낸 아편 때문이다. 영국은 인도에서 양귀비를 재배하여 아편을 중국에 팔게 된다. 아편 판매 이후 중국으로 흘러들어간 은이 영국에 되돌아오게 되어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결국 청나라의 은은 영국으로 빠져나가 재정파탄의 깊은 늪으로 빠진다. 중국의 귀족, 관리. 농민과 남녀노소들이 아편에 의한 강한 중독으로 중국 대륙을 초토화 시켰다. 청나라는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영국군의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압도적 군사력에 의해 아편전쟁에서 참패한다. 청나라는 영국에게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고 홍콩 섬을 떼어주고 무역항을 개항하는 불평등 조약을 맺는다. 중국의 자급자족이라는 전통적인 경제체제가 서구의 자유무역과 충돌한 것이다. 아편전쟁이 이후 수천 년을 조공관계의 낡은 틀에서 벗어난 청나라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테두리로 편입하게 되었다.

지금 서울은 지구촌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환율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각축장이다. 이제 다시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함으로써 경제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에 의해 국제 경제 질서는 다시 재편될 것이다. 아편에 몽롱하게 취해 있던 중국인들이 다시 깨어나 활력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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