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기대 못 미친 재외국민 모의선거

2010-11-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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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 한인들의 오랜 숙원으로 이루어진 재외동포 참정권에 대한 실효성여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재외동포 참정권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처음 실시된 재외국민 모의선거 결과가 너무나 썰렁할 정도로 한인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 14일과 15일 이틀간 실시된 모의선거 결과 선거에 참여한 한인들은 전체 등록자 689명중 첫날은 94명, 어제는 110명이라고 한다. 이는 전체등록 유권자 중 29.6%에 불과한 수치다. 2012년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재외국민 모의선거가 그동안 떠들썩하던 분위기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결과를 가져와 저으기 실망스럽다. 한동안 이 선거는 한인사회 분열과 화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따랐었다. 실제로 한인
사회에서는 재외한인유권자를 겨냥한 한나라당의 외곽조직 현지지부 결성을 놓고 불협화음이 일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걱정이 무색할 만큼 이번 모의선거에서 한인들의 반응이 시쿤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한국정부 관련부처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참정권실시가 자칫 태풍속의 찻잔으로 그칠 공산도 있는 것이다.

애초에 이 선거는 미동부 5개지역 거주 한인들이 지정된 관할 총영사관 한곳에서만 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거리상으로나 주차면에서 불편이 따를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 기우 역시 그대로 적중했다. 재외 국민 참정권 통과 후 한국에서 관련 선관위 실무자나 국회의원들이 현지답사, 현황진단, 등을 위해 수차례 오고 갔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행정처리에 대한 관계부처의 준비부족으로 보여 너무나 한심스럽다.한국정부는 이를 추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겠는가. 또 이를 이유로 국회의원이나 중앙선관위원들도 얼마나 많은 시간투자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겠는가. 엄밀히 말해서 국민이 내는 세금 낭비요, 국력소모가 아닌가. 해외 국민들의 투표권도 좋지만 그 많은 돈을 쓰면서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면 이는 결코 옳은 법안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한인들이 가까스로 얻어낸 참정권, 제대로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한국정부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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