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눈/ ‘빛 좋은 투자이민’

2010-11-11 (목)
크게 작게
윤 재 호 (사회1팀 기자)

최근 한국에서 미국경제특구프로그램(Regional Center)을 통해 50만 달러를 투자하고 영주권을 발급받는 투자이민(EB5) 설명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EB5는 대기기간이 거의 없고 조건부 영주권을 받고 2년 뒤에는 정식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한국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리저널 센터들의 투자이민 설명회에 참석하는 한국인들 중에는 한국내 부동산까지 처분해서 EB5를 신청하는 사례도 허다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EB5의 장점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사실을 감안한다면 무턱대고 투자이민을 통해 영주권만을 쫓는 모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실제 EB5를 통해 2년 만기 조건부 영주권을 발급받은 사람 2명 중 1명이 실제 영주권을 발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연방이민귀화국(USCIS) 통계에 따르면 2008회계연도에는 EB5를 통해 조건부 영주권을 신청한 숫자는 총 1,285건으로 이 중 642건만이 승인됐다. 이후 2년이 지난 2010회계연도에 정식 영주권을 발급받기 위해 I-829를 신청한 숫자는 601건이며 이 중 38%인 235건만이 승인됐다.결국 2008회계연도의 EB5 신청서 1,285건 가운데 2년 뒤 실제 영주권을 받은 숫자는 전체의 18%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EB5는 단기간에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거부율이 높고 무엇보다 성공 예측 가능성이 적다는 얘기다. 더욱이 조건부 영주권을 받은 뒤 투자가 잘못되면 투자원금 회수가 보장이 되지 않는데다 정식 영주권 취득 전 사업계획이 실패하면 돈까지 허공에 날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의 장기불황으로 정식 영주권 취득을 위한 사업체 유지 및 적정 고용창출 기준을 따르기 힘든 현재 그 어느 때보다 투자전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