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서 오세요, 외계인들

2010-11-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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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그 지역 여기 저기에 환영 안내판이 서 있었다. 지역의 특징을 살린 환영사는 여러 가지 언어로 되어 있었으며, 그 가운데 한글의 ‘어서 오세요’가 눈에 띄었다. ‘어서’가 ‘빨리’나 ‘곧’의 뜻으로 무엇인가 재촉하는 말이지만, ‘기다리고 있는 마음’도 포함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번 글은 ‘어서 오세요, 외계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정한다. 웬 외계인인가. 의외의 느낌이겠지만, 필
자는 ‘유엔, 외계인 맞을 우주대사 내정’의 기사를 읽었다. 외계 메시지에 대응 본격 준비를 위하여 오스먼 국장 임명안을 총회에 상정하였다고 한다. 즉 외계 생명체가 접촉해올 경우 인류를 대표할 ‘우주대사’로 유엔 외기권 사무국(UN-OOSA) 국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지구처럼 다른 별의 궤도를 도는 수백 개의 행성이 발견되면서 외계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주대사’ 임명안이 상정되었다는 설명이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오늘을 사는 인류의 준비 사항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또 국가 차원 준비 사항도 있다. 한국의 ‘통일’에 대한 것이다. 20년 전 독일이 통일하여서 우리만이 분단국으로 남았다. 그 동안 통일 후의 독일을 지켜보면서 통일이 단순히 법적 제도적 통합만이 아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요소까지 포함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통일 20주년을 맞이하는 독일인들이 일자리를 빼앗겨서 불평하는 과거의 서독인, 아직도 생활수준에 차이가 있다고 불만을 말하는 과거의 동독인이 있음을 눈여겨보게 된다. 그래서 혹자는 한국이 지금처럼 분단된 상태로 제각기 좋은 대로 사는 것을 찬성하는 경향도 보인다. 그러나 어떤 곤란이 있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통일을 이룰 각오가 필요하다. 이것은 오늘을 사는 한국인의 역사적 사명이다. 하나의 몸이 두 부분으로 나뉜 상태는 완전한 생명체가 아니다. 그래서 꾸준하고, 세심하고, 성의를 다하는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강대국들의 편리함 때문에 어쩌다 분단이 되었지만, 통일은 우리의 굳은 의지로 이루어짐이 바람직하다. 분단 상태가 길면 길수록 통일의 후유증이 더 클 것이니까. 현재 한국 내에서 운운하는 ‘통일세’보다 중요한 준비는 우리의 정신 상태인 것으로 안다. 한국에서 사범대학 부설 직장에 근무하는 20년간 교생실습생과 함께 생활하면서 깨달은 것은, 준비 여하가 수업의 성과를 좌우한다는 사실이었다. ‘준비’는 기업의 ‘투자’이다. 투자가 없는 성과는 기대할 수 없다. 또 투자는 정신과 물질 두 가지를 말한다. 그래서 일하는 부모에게 학습준비물 요구는 무리라는 한국내 논조에 의문이 따른다. 가정의 부담을 더는 방법으로 일체의 준비물을 가정이 아닌 학교가 준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니 물질적인 것만을 생각하는 것인가. 아니면, 부모가 없는 자녀를 가르치려나.

이 지역의 자녀 교육 문제도 정신적인 준비 부족이다. 한국학교를 앞에 두고 일제히 출발선에 선다. ‘왜 한글과 한국문화를 배워야 하나’ 이런 의문이 생기면 집으로 되돌아가거나 학습의욕이 떨어진다. ‘잘 모르겠다’ ‘재미없다’ ‘다른 것을 배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학습 성과를 올릴 수 없다. 이런 모든 생각은 정신적인 준비를 갖추지 못한 탓이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가정이나 학교가 노력할 일은 학습에 앞선 정신적인 준비를 돕는 일이다.

운동선수들은 게임에 출전하기 전의 준비 기간이 더욱 힘들다고 한다. 각종 테스트에 참가하려면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무대 공연을 앞둔 예술인들은 피나는 노력으로 연습을 거듭한다. 아기가 일어서려면 몇십 번의 엉덩방아를 찧어야 한다. 무엇이나 길게 거듭되는 준비 기간이 있고 나서야 일이 시작된다. 그래서 준비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현명하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까 하고. ‘시작이 반’ 이전의 준비 상태는 시작하는 일의 성패를 가른다. 결론은 ‘준비는 힘이다’가 된다.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는 우주선의 성패는 준비 과정을 점검하는 조사관의 능력에 좌우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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